밀린 렌트비 20% 포기하고 80%받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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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stock>

건물주인 A와 J씨는 최근 솔깃한 제안을 듣게 됐다.

부채 20%를 포기하면 80%를 바로 주겠다는 말이었다. 부채가 상환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80%라도 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제안에 조건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채무자에게 부채 상환과 관련한 추가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A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J씨는 이를 포기했다.

최근 각 지방 정부가 지난 1년간(2020년 4월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미납된 세입자의 렌트 비 중 20%를 포기하면 나머지 80%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이를 놓고 한인 건물주들의 반응이 크게 갈리고 있다.

A씨는 “20%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주 정부로부터 밀린 렌트비의 80%를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이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라며 ” 세입자의 퇴거를 추진 할 수 없다는 점이 위험하지만 백신 보급 등에 따라 경제가 회복되는 추세여서 세입자들도 곧 월세를 낼 능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J씨는 렌트비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J씨는 자신이 렌트 지원을 거부해도 세입자가 25%의 렌트비만 내면 강제퇴거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J씨는 “렌트비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라며 “80%를 어떻게 채운다고 해도 여전히 20%의 미납 부분이 있는데다 앞으로 이 세입자가 다시 매월 정시에 렌트비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차라리 렌트비를 확실히 낼 수 있는 새로운 세입자를 찾고 지급 의무가 있는 렌트비(75%)는 최악의 경우 소송을 통해 되찾겠다”고 답했다.

‘A씨와 J씨 중 누가 더 좋은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아파트 전문 브로커 및 관리 업체 관계자에 한 결과 65% 이상이 J씨의 손을 들었다. 보다 확실한 방법(80%렌트비 수령)을 택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결과다.

LA 소재 아파트 관리 업체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방 정부가 제시한 조건은 지역 중간소득 30~80% 이하의 저소득층, 실업수당 수령자,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 등을 입증한 가구가 신청 가능 및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개인의 소득을 놓고 평가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경험상 렌트비 미납 가구의 상당수가 렌트비를 제하고도 이런 저런 부채가 많고 상환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렌트비 미납 세입자와 계속 같이 간다는 것은 불안하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차피 퇴거 되지 않으니 최소 조건(렌트비 25% 납부 등)만 지키고 그냥 머무는 세입자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렌트비 80% 단기 지원책은 말 그대로 일시적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나중에 건물을 팔 때도 J씨의 선택이 더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A씨의 건물은 불안요소가 많다. J씨처럼 부채를 종류별로 확실히 구분해 정리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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