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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0에 가까워진 나이 때문인지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돈’과 ‘자녀 교육’에 집중된다.
문제는 돈이란 것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 없고 자녀 교육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돈은 저 산 너머 무지개처럼 평생을 좇았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금수저로 태어나 집 한 채라도 물려 받았으면 모를까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집 한 채 사기 어렵다. 목 좋은 곳에 집이라도 한 채 있어야 목돈이 생기는데 그게 어려우니 너도나도 한다는 것이 주식이다.
주변에서 몇 백%, 몇 천% 올랐다는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주식에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나마 뜬 구름 잡는 복권 당첨 보다는 현실성이 있으니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주식을 사들인다. 특히 최근 불어온 게임스탑과 비트 코인 광풍에 팬덤투자와 뇌동매매까지 더해지니 친구 놈들 모두 반 쯤 정신이 나간 모양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이들의 안색이 시무룩하다. 부푼 꿈에 돈을 던진 주식들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게임스톱과 같은 반짝 주는 폭락하고 있고 우량주라던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등도 오르진 않고 오히려 찔끔찔끔 내리고 있다.
‘파파 머스크’ 나 ‘돈나무 언니’ 와 같은 현자의 충고도 별 영향력이 없다.
말 한마디에 풍운을 몰고 다니는 일론 머스크에 광신하는 팬덤 투자자 친구는 테슬라와 비트코인에 올인 중인데 테슬라와 비트코인 모두 최근에는 동반 하락세다. 그나마 낙폭이 크지 않은 편이라는 것이 위안이지만 이미 고점에 물려 있는 상태라 발을 빼기도 무섭다.
지난해 100% 넘는 수익률을 내 족집게 강사로 명성을 얻은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아크자산운용 대표)를 추종하는 친구도 테슬라가 3000달러 넘을 것이라는 우드 언니의 말만 믿고 이달 초 700달러 넘는 돈에 사들인 주식이 이제는 60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아크자산운용의 간판 상장지수펀드(ETF) ‘아크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터넷 ETF(ARKW)’도 2달 전보다 30% 가량 떨어졌다. 이름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라고 불리는 우드도 올해는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식 투자한다는 티를 안내지만 매월 월급 만큼 수익을 내는 선배가 있다. 이 선배는 “엉덩이가 무겁고 교과서에서 핵심을 잡아야 공부를 잘하는데 공부 못하는 애들끼리 이거 나온다는 내용만 서로 돌려 보니 돈을 벌 지 못하는 것”이라며 “물론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지만 큰 돈이 없다면 위험하지 않고 조금이나마 배당을 하는 기업을 찾는 게 좋다. 이것도 아니라면 그냥 401K나 IRA 에 꾸준히 돈을 넣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물론 그 충고가 맞다. 그래도 사람이 어디 그런가. 오늘도 이 친구들의 대화는 무슨 주식이 좋다로 시작해 내일 이거 사보자로 끝났다.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는 하지 않는다. 솔직히 주식 살 돈도 없지만 우량주를 찾을 머리와 눈치도 없고 꾸준히 엉덩이 붙이고 한 분야를 파는 성격도 아니다.
이 때 옆에 있는 와이프가 한마디 한다 “그럼 돈 뭐로 벌 거야?” 맞다. 참 고민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