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은행의 간부 K씨는 워커홀릭(일벌레)으로 소문난 데다 출장 광으로 유명하다. 워낙 사교적인데다 업무에도 열정적이니 새로운 곳에 가 새로운 사람들과 업무를 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런 K씨의 소확행은 코로나 19와 함께 끝나 버렸다. 원격업무와 화상 컨퍼런스가 일상화되면서 출장의 중요성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인은행의 고위관계자들은 백신보급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정상화 되더라도 코로나 19 이전에 비해 출장 건수가 최대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인 상장은행의 한 간부는 “지난 1년간 화상 컨퍼런스의 수준이 출장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발달했다”라며 “새 지점을 세우거나 특별히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는 경우라면 출장 자체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장은행의 간부도 “실제 출장지에서 업무적인 미팅을 가지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라며 “출장 자체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식이 자리잡았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출장이 수익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출장에는 출장비가 소요되는데 각각 수백 달러에 달하는 비행기 티켓과 숙박, 그리고 식사 등등의 여행비용만 아껴도 연간 상당한 경비 절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티뱅크나 HSBC등 대형 은행의 경우 연간 직원들의 출장 경비만 300만달러 이상으로 일반 지점 약 3개의 연간 운영비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매년 수 차례 이상 출장길에 올랐던 한 은행원은 “출장 자체를 즐기는 직원도 많다. 업무 외적인 측면에서 개인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라며 “출장을 나름대로의 일탈(?)로 생각했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숙박업체와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은행과 같은 대기업의 출장 감소는 걱정거리다.
회계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최근 분석 결과 일부 국제선 항공사의 경우 기업 출장이 수익의 최대 75%를 차지한다. 컨퍼런스의 메카 라스베가스 일대 소형 숙박업체 역시 연간 수익의 50% 이상이 기업 단위 비즈니스 관광객으로부터 나오는 상황이기에 걱정스럽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