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검찰총장…평균 재임 16개월, 서울대-영남 주류 [대한민국 검찰총장, 굴곡의 역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1988년 임기제 도입 이후 검찰총장 22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16개월에 불과했다. 22명 중 14명이 중도 퇴진하며 정치적 외풍이 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33년 동안 임기를 채운 총장은 8명 뿐이다. 특히 정권 말에 임명된 검찰총장의 경우, 2년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정권 말기에는 항상 ‘보험용’ 검찰총장을 임명하곤 하지만, 오히려 정권이 바뀐 뒤 임명권자였던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구속한 사례도 있다.

대한민국 검찰총장의 평균을 내 보면, 영남 출신에 서울대 법대를 나온 55세 남성 검찰 고위직 간부가 된다.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여성 검사는 검사장까지는 4명이 있었지만, 아직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까지 도달한 사례가 없다.

호남 출신 검찰총장은 5명에 불과했는데, 대부분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문재인 정부에 집중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인선이 이뤄진다는 점을 방증했다. 검찰총장은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자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중도퇴진하고 자리를 옮긴 사례도 더러 있다. 역대 최단 재임 기간인 91일만에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된 김두희 전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연소인 49세에 총장이 된 김기춘 전 총장 역시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정권 말 ‘방탄 총장’ 항상 성공하진 못해… 임명권자 구속한 사례도

29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 후 취임한 검찰총장들의 평균 재임 개월 수는 16개월, 일수로는 514일로 집계됐다. 취임 당시 평균 나이는 55세로 나타났다. 22대 김기춘 전 총장부터 43대 윤석열 전 총장까지 22명의 총장 중에 2년 임기를 다 채운 경우는 8명에 불과했다. 두 배에 가까운 전직 총장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간 셈이다.

특히 노태우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정권 말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전 총장들의 경우, 임기를 다 끝마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21개월간 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통상 정권의 마지막 검찰 총장의 경우, 확실한 자기편인 ‘방탄 총장’을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임명한 김태정(28대·21개월 재임) 전 총장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뤄 정권 교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한상대(38대·15개월 재임)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이국철 SLS 회장 사건에서 이 전 의원을 서면 조사에만 그쳐 비판이 일었다. 특히 한 전 총장의 경우, 총장 취임 직전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이명박 정부 상대 로비 의혹이 일었던 한상률 국세청장 사건을 ‘봐주기 수사’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중립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9년 4월 3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정권 말기에 임명된 검찰총장이 항상 임명권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검찰 불신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임채진(36대) 전 총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 당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장고하며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 전 총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개월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수남(41대) 전 총장은 자신의 임명권자를 구속시킨 첫 검찰총장으로 남았다. 수원지검장 재직시절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처리하며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총장에 올랐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사건을 넘겨받아 결국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임명권자를 구속 기소했다. 김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한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 자진 사퇴했다.

노태우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을 지낸 김두희(24대) 전 총장은 재임 기간 91일로 총장 임기제 도입 후 가장 짧은 기간 재임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총장인 김각영(32대) 전 총장(32대) 역시 119일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했던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을 보이자 사표를 제출했다.

역대 검찰 총장 모두 서울대·고려대 법대 출신… 영남 출신이 제일 많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9년 6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1988년 이후 임명된 총장 22명 중 서울대 법대 출신은 17명, 고려대 법대 출신은 5명이다. 지역별로는 13명의 검찰총장이 영남에서 나왔고, 서울과 호남은 각각 4명이었다. 충청권으로는 충남 보령 출신의 김각영 총장이 유일하다. 호남 출신으로는 김태정(전남 장흥) 전 총장이 문민정부 마지막 총장으로 임명됐고, 국민의 정부에서 신승남(전남 영암) 총장, 참여정부 김종빈(전남 여천) 총장, 문재인 정부에서 문무일(광주) 총장이 임명됐다.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 검찰총장의 특성상 여당 정치인 출신 법무부장관과는 궁합이 좋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임명된 여당 정치인 출신 천정배 장관 때는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여부를 놓고 검찰이 이견을 보여 첫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서 김종빈 총장이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장관은 수사지휘권 행사만 2차례를 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 후임으로 박범계 장관이 부임한 후 검찰 수사권 박탈안이 논의되고, 검찰 인사에서 배제되자 결국 중도 퇴진했다.

현재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조남관 대검 차장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마찬가지로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만약 이 지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서울대나 고려대 법대 출신이 아닌 첫 사례로 이름을 남긴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역시 전남 영광 출신이다.

pooh@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