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은 이제서야 골프의 재미를 알았다며, 1승을 꼭 해보는게 목표라고 한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힘들고, 성적에 매달리고, 이동하고…. 천재골퍼라고 불리던 그에게 골프는 그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머릿속도, 생활도 모든 것이 골프에 매몰됐지만, 결과는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2012년 아빠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을때 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렇게 세계정상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접고 미국을 떠나온 기억이 생생하다.
10대와 20대는 골프에 올인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른 중반을 넘기고서야 골프가 재미있고, 조카뻘 후배들과 경쟁하는 투어생활이 즐겁다.
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7년만에 복귀한 배경은(36)은 이제야 골프와 동행하는 법을 깨달았다.
지난 7일 서울 한 골프연습장 카페에서 만난 배경은은 자리에 앉자 “전 인삼차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원래 한방차 종류를 좋아한단다. 공백은 길었지만 ‘최고령선수’라는 타이틀이 생기면서 여기저기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며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저를 전혀 모르던 후배들이 인사할 때도 있어요. 저도 반갑게 인사해요.”
배경은은 국내 복귀 후 2년간 1부에서 뛰었으나 2015년 시드를 잃고 투어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방송리포터와 레슨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이 시간이 그에게는 소중한 것을 알려주었다.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웠어요. 성악, 피아노, 영어도 배우고 스피치학원도 다녔어요. 골프 외적인 활동을 하니까 충전이 되더라구요.” 밝고 잘 웃고 말도 잘하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성격인데, 스피치학원을 다니면서 변했다고 한다.
배경은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LPGA투어 생활이 너무 아쉽고 후회가 된다고 한다.
“거의 전 경기에 출전하고, 국내 대회에도 나갔는데 운동만 하느라 체력관리를 못했어요. 지금이야 스케줄, 웨이트 이런 걸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만 그때는 그런게 필요하다는 걸 전혀 몰랐고, 다른 선수들과도 어쩌다 식사나 할뿐 정보교류같은 것도 없었어요.” 그냥 눈 뜨면 이 대회, 자고 나면 다른 대회로 골프기계처럼 옮겨다녔다. “다시 가게 된다면 그런 걸 잘 준비해서 체계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뛰는 선수들 보면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는지 몰라요.”
결국 국내유턴을 하게된 것은 손목부상이었다. 2012년 오른손목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 체격에 비해 손목이 가늘어 염증이 생겼고 이후 두차례 수술을 받아야했다.
배경은. 이상섭 기자 |
시드전에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어머니의 지인이자 친구 삼촌의 영향이 컸다. 핸디를 주고 쳤지만 남자선수와 대결하며 승부욕도 생겼고, 그런 긴장감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스파링(?)이 시드전때 도움이 됐다. 또 후배들과 유투브를 촬영하면서 ‘스크린골프대회에 나가볼까’하고 말했고, 실제로 시드를 따서 투어에도 나가면서 슬슬 시동을 걸었다.
배경은은 올시즌 3개 대회에 출전했고, 두차례 컷을 통과했다.
“욕심없이 하려고 했는데 욕심이 생겨요. 투어선수가 아닐 때는 이렇게 빠른 그린에서 쳐볼 기회가 없어서 처음엔 좀 당황했는데 이제 좀 보여요.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 같은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구요. 그런데 첫 대회 때는 진짜 긴장한 데다 걸어서 다닌게 오랜만이다 보니 쥐가 나더라구요. 하하.”
오랜만에 돌아온 국내 투어에는 배경은의 또래가 거의 없다. 후배들하고도 친해져보려고 말도 걸고 하지만, 숫기도 많지 않고 후배들 역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간극이 존재한다.
배경은은 그래서 “무게잡지 않고 허당같은 선배처럼 망가져보려고 해요. 다가와서 얘기도 나누고 밥 사달라고 하는 후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배경은의 목표는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딱 1승.
“보기만 줄이면 우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버디는 좀 잡는데 안해도 될 보기가 많이 나와요. 투어 뛰면서 딱 한번만 우승하고 싶어요. 노리는 대회요? 음, 3일짜리 대회?(웃음) 하루라도 덜 걸으면 체력이 덜 달릴테니까요.”
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