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로제·창모·BTS의 성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아티스트가 고생끝에 큰 성공을 거두고 난후의 노래 가사를 음미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아주 낮은 가능성을 뚫고 올라온 사람으로서의 각성과 성찰을 보여준다. 불과 몇년 전과 지금의 ‘나’가 너무 달라져버려 아예 ‘나’(현재)와 ‘너’(초기)로 자신을 달리 부르기도 한다.

로제는 ‘On The Ground’ 뮤비로 공개 24시간 만에 416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K팝 솔로 가수의 유튜브 ‘24시간 최다 조회수’ 주역으로 등극한 바 있다.

‘On The Ground’에는 ‘좁은 방에서 매트리스 하나 두고 살던 나였는데’ ‘정말 웃기지, 네가 원하는 걸 갑자기 얻게 되거든’ ‘나는 구름 위에 올랐고’ ‘너와 나는 멀어졌구나’ ‘나는 너와 떨어진 매분 매초를 후회한다’와 같은 가사가 로제의 상황을 짐작케해준다. 그러다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내게 필요한 모든 것은 다 내 안에 있어)’라고 강인한 메시지를 다짐한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창모는 경기도 덕소의 작은 동네 청년을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노래인 ‘Meteor’에서 성공의 의미를 풀어낸다. 피아노를 치는 래퍼 창모는 ‘마에스트로’로 이름을 날렸고, ‘Meteor’로 빅히트를 쳤다.

한때, 힙합 신은 ‘돈 자랑질’이 유행했었다. 돈 자랑도 허세 느낌이었다. 진정한 돈에 대한 탐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창모는 ‘Meteor’에서 성공과 승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소년 창모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싱잉랩으로 풀어낸다.

뮤비를 보면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창모가 외제차를 타고 화려한 모습으로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창모를 알아보지 못한다. ‘난 네게 처박힐 Meteor야(유성, 별똥별)’라고 말하는 게 인상적이다.

과거와 현재가 너무 달라져 적응불가 상황을 풀어낸 압권은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도 했어/높아버린 sky, 커져버린 hall/때론 도망치게 해달라며 기도했어/But 너의 상처는 나의 상처/깨달았을 때 나 다짐했던 걸/니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태양이 아닌 너에게로/Let me fly’

BTS가 자신들이 가장 잘한 것은 엄청난 기록을 제조한 것이 아니라 ‘너’(아미)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았지만 강렬한 태양계에 언제 녹을지 모른다. 더 이상 태양을 향해 높이 올라가지 않고 ‘너’(아미)에게로 날아가겠단다. 이 지점에서 감동이 됐다면 ‘아미’이고 감흥이 없다면 ‘아미’가 아니다. 아미임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성공을 표현하는 아티스트의 의미있는 성장을 본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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