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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택 가격 지표의 상징인 케이스 쉴러 지수의 창시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미국 주택 시장의 거품을 경고했다.
쉴러 교수는 최근 가진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 지난 100여 년간의 주택 시장 데이터를 봐도 집값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었다”라며 “현재 상황은 주택 가격 붕괴가 시작된 2005년의 2년 전인 2003년을 연상시킨다. 주택 가격은 2005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09년 금융위기와 함께 폭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1월의 미국 주택 가격을 100으로 설정해 출발한 이 지수는 지난 수년간 수 십 번 이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 2월에는 238.8(132.82% )까지 상승했다.
실제 케이스 쉴러 지수의 분석대로 지난달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가격은 34만 1600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9% 이상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쉴러 교수는 “지금 주택 시장은 가격 상승 기세를 타고 있어 다음해(2022년)까지는 가격 하락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3~5년 후에는 집값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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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러 교수는 이러한 집값 상승세를 미 행정부의 정책보다는 군중심리에서 찾고 있다. 쉴러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내러티브 경제학’을 통해 “주요한 경제의 흐름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내러티브와 이로 인해 형성된 심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퍼지는 입소문이 경제 트렌드를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매년 일어나는 주식의 폭등 및 폭락, 부동산 버블과 폭락, 대공황 등이 이런 요소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지적한 내러티브 경제학을 입소문 경제학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부동산 경제학자들도 “현재 진행되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가격 인상은 실제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공포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이런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한시적이다. 결국 이로 인해 형성된 거품은 꺼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쉴러 교수의 경고와 달리 JP 모건 체이스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현재의 주택 시장이 지난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버블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우존스는 24일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가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인들이 주택 가격 인상에 대해 지난 버블과 같은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지난 경기침체 당시에 비해 완만하다. 지난달 거래도니 주택의 평균 가격이 36만5000달러 수준인데 이는 가계 연간 가처분 소득(disposable income, 가계의 수입 중 소비와 저축 등으로 소비할 수 있는 소득으로 총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세금이나 의료보험료 등)을 제하고 남아 저축에 쓸 수 있는 금액)의 약 2.6배 수준으로 지난 20여년간의 평균치와 비슷하다. 특히 경기침체 직전인 2005년 여름에 기록한 고점보다는 21%나 낮은 수치다. 당시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5.8%로 지금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과 현재의 저금리를 고려하면 주택가격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버트 쉴러 교수는 경제학자인 칼 케이스와 함께 미 주택 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지수’를 고안한 학자다. 실러 교수의 지수는 전통 경제학에 사회심리학을 결합한 방식으로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정확히 예측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