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경찰 ‘숨바꼭질’에…애꿎은 시민들만 ‘불편’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예고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 집회 차단을 위해 동원된 버스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행(이하 민주노총)이 3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시위를 강행하려는 민주노총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숨바꼭질’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찰이 민주노총의 집회가 가능한 주요 장소를 이른바 ‘차벽’과 ‘펜스’로 봉쇄한 탓이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민주노총의 집회 참가자들의 집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서울 여의대로와 국회 인근, 광화문 앞에 빽빽하게 차벽과 펜스를 세웠다.

이날 오전 9시께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 인근은 유동 인구가 적어 한산한 상황에서 인도와 도로 사이에 펜스가 설치됐다. 민주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미리 공지한 여의대로에는 경력수송버스(경찰버스)를 벽처럼 세워 사람이 드나들 수 없게 했다.

특히 경찰은 길목을 막고 도보로 여의대로로 진입하려는 시민들에게 방문 목적을 일일히 물었다. 여의도역 교차로에선 통행하는 차들을 검문하며 집회 참가 여부를 확인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은 3·4번 출구를 제외하고 모두 폐쇄됐다.

이에 따라 국회와 여의도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여의도에 10년째 거주하는 오모(42)씨는 “오랜만에 아이와 산책을 하려고 나왔더니 여기저기에 펜스가 쳐져 있어 놀랐다”며 “거리마다 경찰들이 서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어디가냐고, 집회에 참여하냐고 꼬치꼬치 물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출구가 폐쇄되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예고된 3일 오전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 마련된 임시 검문소에서 경찰이 차량 통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남대교 북단에 설치된 임시 검문소에서는 오전 7시께부터 경력 80여명이 나와 통행하는 차량을 검문했다. 특히 대형 전세버스와 관광버스 등 집회 참가가 의심되는 차량을 정차시킨 뒤 특이사항을 점검했다. 이에 오전 10시 30분께 정장과 한복 차림의 결혼식 하객을 가득 태운 45인승 관광버스도 경찰의 검문을 거쳐야 했다.

경찰은 또 이날 아침부터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경력을 파견해 집회용품 등을 검문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서울 도심에 214개의 부대를 동원하고, 임시 검문소 59곳을 3중으로 운영하는 등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이날 차벽에 동원한 경찰버스는 500여대이며, 비상설 부대 수송용으로 경찰이 임차한 관광버스도 일부 구역에서 차벽처럼 이용됐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후 1시께 집회 장소와 구체적인 형식을 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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