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기조적 인플레 우려 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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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논쟁과 관련, “시장참가자들은 금년중 인플레이션 급등 현상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란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전망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나, 잠재적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돼 기조적인 고(高)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뉴욕사무소)은 4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은 ‘2021년 하반기 미국경제 전망 및 주요이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최근 일부 인플레이션 기대 지표가 상승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가 2%에서 안착(anchor)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일시적 가격 급등락 항목을 제외한 미국의 절삭 소비자물가지수(trimmed CPI)는 전기비 연율로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4.5%, 4.8%를 기록해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또 애틀란타 연은에 따르면 CPI 품목 중 변동성이 적은 항목들만 대상으로 한 비탄력적 소비자물가지수(sticky CPI) 역시 4월과 5월에 각각 5.5%, 4.5%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은은 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점진축소) 시기와 관련,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은 연준이 금년 9월 이후 테이퍼링 일정을 공표하고 내년 초에 실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고용시장 개선세가 지표에 본격 반영될 것이므로 연준이 이를 확인한 후 테이퍼링을 공식화할 것이란 견해”라고 관측했다.

이어 “테이퍼링 방법으론 2013년 사례와 유사하게 시장에 영향이 최소화되는 점진적인 축소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당수 투자은행들은 1년 정도로 예상되는 테이퍼링 기간 중 월간 매입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선 “연준이 제시한 테이퍼링 및 금리인상 요건을 감안할 때 대체로 테이퍼링 완료 이후에 정책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초의 금리인상 시점은 2023년 하반기 중일 것이란 의견이 다수이나 2023년 상반기 예상도 병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은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선 대체로 연준이 인상 초기에는 시장상황을 감안해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은은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등 정책정상화의 조건으로 연준이 제시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테이퍼링 조건으로 제시된 ‘상당한 진전’이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하다”며 “금리인상은 평균물가목표(AIT, 일정기간 2% 완만하게 상회) 기준이 정성적으로 표현돼 있고 정량적 추정에 필요한 정보도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미국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6.4%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시현했으며 고용사정도 회복흐름을 지속했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 하반기에도 빠른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연간으론 1984년(7.2%) 이후 최고 수준인 7%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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