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여야 유력 대권주자 3인이 대선 출마 선언에 맞춰 모두 ‘독립운동가’를 찾고 언급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육사 시인, 윤석열 전 총장은 윤봉길 의사와 관련 장소를 출마선언과 함께 찾았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김구 선생을 언급했다. 각 독립운동가들을 통해 그들이 상징하는 메시지를 자신에게 투영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자신의 ‘5대 국가비전’ 중 하나인 문화강국을 언급하며 “우리는 BTS, 봉준호, 윤여정 보유국”이라며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한 것을 활용한 것이다. 김구 선생은 통합을 지향한 독립운동가 중 하나이자 한국현대사에서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장소로 매헌 윤봉길기념관을 택했다. 그가 지난달 9일 첫 공개 행보를 한 것도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이었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윤봉길기념관 장소를 출마 선언 장소로 정한 배경에 대해 “선조들이 목숨바쳐 만든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봉길 의사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이른바 ‘충청 대망론’도 염두에 둔 장소 선택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일 비대면 영상 출마 선언 이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찾았다. 이 지사는 그곳에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그런 점에서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언급해 역사관 논쟁에 불을 지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선주자들이 찾고 언급하는 독립운동가에는 그들 안에 녹아있는 역사관, 현대사를 보는 관점이 배어 있는 것”이라며 “김구선생은 중도 통합과 통일 지향의 메시지고, 이육사 시인은 현대사에 대한 불만과 애국·항일투쟁의 순수함, 윤봉길 의사는 짧은 인생이지만 강렬한 한 방을 역사에 남긴 부분들이 있지 않나. 각 주자들이 고민 끝에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비대면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