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도 수익창출원으로 ‘재활용’…탄소포집 기술 들고온 에어로베이션

에어로베이션의 공동창업자 길 토머(왼쪽)와 마랏 마얀(가운데) 등 임원진이 요즈마그룹코리아의 사무실에서 공기청정기 프로토타입을 소개하고 있다. [요즈마제공]

기술강국 이스라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달랐다. 탄소배출량 감축에 매달리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온실가스를 사업아이템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에어로베이션에 이산화탄소는 먹거리이자 수익 창출원이다. 탄소포집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넥스트라이즈 2021’을 찾은 에어로베이션을 투자사인 요즈마그룹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공동 설립자인 길 토머(Gil Tomer) 최고운영책임자(COO)는 “5년 전 화재 등으로 발생한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솔루션을 고민하다 화학, 공학, 소프트웨어 등을 바탕으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기술을 상용화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로베이션 탄소포집 기술 핵심은 초과산화 라디칼(superoxide radical). 산소 2개와 탄소 1개가 결합된 이산화탄소에 초과산화 라디칼이 투입돼 산소와 고순도의 탄산염을 만들어낸다. 토머 COO는 “초과산화 라디칼은 안정화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요엘 사손 히브리대학교 교수가 안정화된 액체상태에서 이를 다루는 방식을 개발해냈다”고 덧붙였다. 에어로베이션이 특허를 획득한 해당 기술은 탄소포집 과정의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내 사업화를 가능하게 했다.

사업 분야는 실내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는 것. 공청기는 2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유해가스, 바이러스 등을 없애 공기를 정화시키는 방식으로, 헤파필터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미국 시카고 UL연구소에서 에어로베이션의 프로토타입 공기청정기가 농도가 18만ppm인 공간의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제거했다고 인정했다. 코로나바이러스 99.97% 제거 효과도 입증됐다.

다른 산업 활용도는 다양하다. 토머 COO는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조업들은 세 부분에서 매출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를 저감시켜 환경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탄소배출권 거래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최종 부산물로 나오는 탄산염을 농업용 비료나 유리, TV제조 원료로 판매 가능하다.

토머 COO는 “수소차가 미래차로 각광받고 있는데, 수소나 암모니아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은 탄소포집을 통해 규제비용을 줄일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에어로베이션은 대학, 정부, 투자사가 긴밀하게 연계돼 성장하는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기술 스타트업. 다만, 제조역량은 다소 아쉬워 한국 내 파트너사를 모색 중이다. 토머 COO는 “우리는 삼성 등 제조업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핵심 기술로 그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제조업 분야나 전략적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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