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언유착은 지나친 확대 해석”…채널A 기자 무죄선고

취재원에 대한 강요 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채널A 전·현직 기자들이 1년에 걸친 법정다툼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검언유착’ 실체 없어…“강요 성립 안 해”

홍 판사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다섯 차례 보낸 서신이나, 이른바 ‘제보자 X’로 불리는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 씨와의 만남에서 한 말들을 강요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 이 전 기자는 이철 대표를 만난 적이 없었다. 이 전 기자는 구속 상태였던 이철 대표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냈다. 이 전 기자는 이 사건을 MBC에 제보한 전과자 지씨를 만났을 뿐이었다. 지씨는 이 전 기자의 말을 이모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이 변호사가 이철 대표를 면회해 내용을 전달했다. ‘채널A 기자→제보자 지모씨→이모 변호사→이철 대표’로 이어지는 순차적 의사 전달이 된 셈이다.

홍 판사는 “구체적인 강요 행위로 적시된 사실은 개별적으로 강요죄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피해자가 전해들은 ‘신라젠 수사 처벌 가능성’을 인식했더라도, 중간 전달자에 의해 피해자에게 왜곡이 됐다”고 지적했다.

홍 판사는 이른바 ‘검언 유착’ 역시 구체적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판사는 “이씨는 검찰 고위층과 연결돼 신라젠 수사와 관련해 선처해줄 수 있다는 걸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처음엔 난색을 표하다가 급히 녹취록을 만들어서 지모 씨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지씨는 이씨 등과 2차 만남을 가졌다”며 “사정이 이러하다면 녹취록을 보여준 건 이씨와 검찰이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강요죄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종에 대한 과도한 욕심, 취재윤리 위반…도덕적 비난받아야”

다만 홍 판사는 “이씨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의 기자인데도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그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의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의 행한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피고인들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을 마친 이 전 기자는 취재진과 만나 “법리대로 판단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못했던 얘기들은 서서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를 대리한 주진우 변호사도 “검찰과 일부 정치권은 실체가 없는 ‘검언 유착’을 내세워서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이제는 이 사건을 누가 기획하고 만들어냈는지 밝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후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제기 여부 등을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후배 백 기자와 함께 “가족 수사를 막아줄 테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이야기하라”며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모 전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결심 공판에서 이 전 기자에게 징역 1년6월, 백 기자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