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가, 아프간 함락에 ‘미군 철수’ 바이든 비판…與野 불문 “정치적 실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점령에 대한 대국민 연설 후 퇴장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년간 끌어온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겠다며 전격적인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점령의 책임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정가에선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인사들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최악의 실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위험하고도 불명예스러운 길을 선택했다”며 “이번 대실패에 대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오늘 연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이나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제대로 보호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며 “바이든의 연설은 비난의 화살을 아프간 정치인과 아프간군으로 돌리려는 한심한 시도였다. 아프간에서의 전쟁은 끝나지 못했고, 단지 탈레반과 알카에다로 가득 채워질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 중 머물고 있던 캠프 데이비드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와 한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을 일절 후회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지키려 하지 않는 국가를 위해 미군이 희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아프간 붕괴의 책임이 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세스 물튼 민주당 하원의원은 “국가안보 실수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실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주의 수호라는 중대한 임무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넘어 유럽 동맹국들도 같은 문제를 들어 탈레반 집권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실패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감각이나 참모들의 무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오사마 빈 라덴(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괴)을 기습하는 작전에 반대한 전력을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프간 철군은 역사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지만 최근 사태 때문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은 조롱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