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한 첫날, 출근을 하니 제 자리가 사라져 있었어요. 그날 대표님은 회사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권고사직을 권했어요.”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니 면담 자리에서 ‘육아휴직 쓰면 너 인생 망하게 해준다’는 등의 말을 하며 협박했습니다. 복직한 후에는 어떤 보복을 할지 무서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2일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등 ‘모성보호 3법’에 보장된 임신·출산·육아 9대 권리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모성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사례는 단체가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집한 것으로, 이달 10일 발행된 ‘모성보호 갑질 보고서’에 담겼다.
육아휴직 외에도 모성보호 9대 권리에는 출산 전후 휴가, 유산·사산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난임 치료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 돌봄 휴직, 가족 돌봄 휴가 등이 있다.
그러나 실제 근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육아휴직자는 31만6404명이다. 이 가운데 36.1%(11만4222명)가 육아휴직 후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수령할 수 있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도 받지 못했다.
단체는 고용노동부가 육아휴직 후 퇴사가 반복되는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괴롭힘 사례들은 끊임없이 제보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처벌뿐 아니라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노동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육아휴직 사용에 있어 남녀 차이가 여전히 커 육아휴직 피해사례에서도 성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6만8863명으로 2010년 대비 52.4% 증가했다. 육아휴직 사용자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중심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여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6만4851명으로 2010년 대비 45.1% 증가했다. 사용률은 63.6%로 같은 기간 22.6%포인트 높아졌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2010년 493명에서 2019년 4012명을 기록했다. 사용률은 2010년 0.2%, 2016년 0.5%, 2019년 1.8% 수준이다.
출생자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가족부 제공] |
지난해 10월에는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100일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권호현 변호사는 “스웨덴, 노르웨이처럼 양육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육아휴직을 쓰도록 의무화하거나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 이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