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급망 문제로 인플레 오래 가”…파월, 생각이 바뀌었다?

기록적인 수의 화물선이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에 떠다니고 있다고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조처, 노동력 부족 등이 겹쳐 선박에 실린 화물 처리가 느려져서다. 공급망 위기가 한동안 지속한다는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높게 쌓인 컨테이너가 보인다. [AFP]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 침체에서 회복하는데도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 정도로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공급망 문제는 내년까지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계속 떠받칠 거라고 진단했다.

급기야 공급망을 돌리는 데 핵심인 물류산업 노동자 대표 단체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이유로 가해지는 각종 자유 제한 조처 탓에 글로벌 운송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 이날 공개 경고했다.

▶파월의 급변침? “공급망 문제로 인플레 오래 가”=로이터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영란은행·일본은행 총재와 함께 참여한 ECB 회상행사 연설에서 미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병목현상과 공급망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실제로 이윤은 분명히 약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히고, (팬데믹이 발생한지) 18개월이 지난 후에도 델타 변이를 통제하는 게 여전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히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공급망 문제는 아마 내년까지 계속되고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유지된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했던 기존 주장을 바꾸려는 걸로 읽힌다.

그는 “그러나 궁극적으로 연준의 내 동료와 나는 내년이 매우 강력한 해가 된다고 전망한다”고 했다. 추세를 훨씬 웃도는 경제성장률과 현재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도달하는 실업률을 거론하면서다.

연준은 최근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내놓은 자료에서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이전 7%에서 5.9%로 낮췄다. 그러나 내년 GDP 성장률은 3.3%였던 걸 3.8%로 올려잡았다.

▶백신 6번 맞은 선원까지…“악몽”=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국제해운회의소(ICS)·국제항공운송협회(IATA)·국제도로운송연합(IRU)·국제운송노동자연맹(ITF)은 이날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정부가 운송 노동자의 이동 자유를 회복하지 않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백신 우선 접종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세계 운송 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단체에 소속한 노동자는 6500만명에 이른다.

팬데믹 동안 각종 격리와 여행규제, 백신 접종 요구 등을 견디며 공급망을 돌려온 선원·트럭운전사·항공사 직원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호소한 셈이다.

ICS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이던 작년엔 40만명의 선원이 바이러스 확산 최소화 차원에서 배 안에 갇혀 있는 처지였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18개월간 근무를 한 사례도 있다.

사실상 ‘감금’ 된 인원은 줄었지만 이젠 백신 중복 접종이 문제다. 특정 백신만 승인한 국가 때문에 여러 번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노동자가 나오는 것이다.

가이 플래튼 ICS 사무총장은 백신을 6차례 맞은 선원을 최소 한 명 이상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말 악몽”이라며 “왜 우리게의 일종의 글로벌 표준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코튼 ITF 사무총장은 “글로벌 공급망은 매우 취약하며, 각국 정부 정상은 운송 노동자의 요구에 응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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