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상장은행의 중견간부 Y씨는 최근 젊은 직원들의 뒷담화에 등장하는 ‘라떼’ 상사가 자신인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라떼(나 떄는 말이야 라며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 발음이 마치 라떼로 들려 생겨난 용어)란 말이 다른 말로 꼰대 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애써 못들은 척 하며 자리로 돌아온 Y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Y씨의 직장 내 평가는 둘로 나뉜다. 상사들에게는 믿을 수 있는 직원, 계속 승진할 사람으로, 후배들에게는 라떼남으로.
Y씨는 자신이 라떼 족으로 몰린 것이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주 지각 아닌 지각을 하는 (정시보다 몇 분 늦게 오는 직원)직원에게 정시 출근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Y 씨의 지적에 그 직원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Y씨의 입장).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혹은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등등.
물론 사실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사실이 아닌 것 같아, 출근 시간은 지켜달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후배 직원에게 돌아온 말이 뒷목을 잡게 했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신경 쓰겠습니다”가 아니라 “별거 아닌 데 너무 트집을 잡으시네요”였던 것이다. 이것 말고도 스토리는 많다.
업무 지시에 “하던 일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는데요”나 “그게 제 일인가요?”라는 답이 돌아오는가 하면 틀린 업무를 지적하는 말에 얼굴을 구기며 돌아선 직원이 헛소문을 퍼트린 일, 새로운 신조어를 몰라 물었더니 이를 비웃듯 세대 차이 난다고 속삭인 일, 그리고 회의 때는 보통 상사가 중앙에 그리고 팀장 급 직원이 가까이 앉고 그 외 자리는 부서별로 모여 앉는 것이 좋다고 말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불편하다며 자유롭게 자리를 배정한 것 등 셀 수도 없다.
Y씨는 “내가 이렇게 했으니 내가 했던 방식으로 하라고 지시 내린 적이 없다. 질문에 나는 이렇게 했었고 이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인데 꼰대 라니 어이가 없었다.나이가 어릴 수록 지적이나 단순한 권고조차도 참지 못한다. 자기 일만 하고 아는 척 안 하는 게 답인지 고민이다”고 한숨지었다. 물론 후배들도 할 말이 있다.
한인은행의 젊은 직원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세대처럼, 한국처럼 직장에 헌신하고 야근이나 주말 출근, 휴가 제한 등을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자신의 일이 아니면 꼭 할 필요가 없고 휴가의 경우 인수인계가 확실하다면 당연히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좋은 자리로 이직을 할 때 축하해 주기 보다는 ‘앞으로 잘 되나 두고 보자’며 악담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업무에 본인들의 스타일을 강요하거나 복장 간섭, 나는 다 안다는 식의 ‘척’ 을 하니 말이 선배지 배울 것이 특별히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불평이다.
은퇴를 앞둔 한 베테랑 뱅커는 “이런 갈등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 19 이후 재택근무, 잦은 화상 회의, 출장 감소 등 다양한 변화가 생기면서 심해졌다. 뭔가 코로나 19가 트리거(계기)가 된 느낌”이라며 “선배들은 융통성이 후배들은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다.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시대적 성향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은퇴를 앞둔, 이제 제 3자에 가까운 상황에서 바라보면 서로 배울 것이 분명히 있다. 선배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상황 대처의 노하우는 후배들이 꼭 알아야 한다. 위기 대처 법은 직접 겪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반면 선배들도 후배들의 일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과 각종 기술이 발달한 경우 후배들이 더 빠르게 효과적으로 일을 해내는 경우도 많다. 결국 조직이라는 것이 조화(하모니)가 중요하다. 큰 그림으로는 조직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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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취재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