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OPEC 산유국의 입장을 주도하는 러시아가 원유 증산을 중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등이 고공행진하는 에너지 가격 억제 차원에서 전략비축유(SPR) 방출 계획을 전날 발표하자 ‘카운터 펀치’를 날리려는 움직임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미국 등의 비축유 방출이 원유의 글로벌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을 낮추는 위협 요인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들 국가는 OPEC과 비(非)OPEC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매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키로 한 결정의 이행을 중단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전날 5000만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공식화했고, 인도(500만배럴)·일본·영국·한국도 동참키로 했다. 최대 원유 소비국 중국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은 휘발윳값 안정을 위해 OPEC+에 하루 40만배럴 증산보다 더 많이 원유를 풀라고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례적인 집단행동으로 OPEC+에 실력행사를 한 셈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OPEC+의 맞대응 여부와 수위였는데 일단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반격 분위기 조성에 나선 걸로 읽힌다.
그러나 OPEC+ 내부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국가가 있다고 파악된다. WSJ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증산 중단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UAE는 과거에도 OPEC 정책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충돌한 적이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로이터도 3명의 소식통을 인용, OPEC 산유국이 미국의 비축유 방출에 따른 전술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산 압둘자바르 이라크 석유장관은 “OPEC+는 석유시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공급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 최신 데이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PEC+는 다음달 2일 회의를 열어 하루 40만배럴 증산 방침에 변화를 줄지 결정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비축유 방출 흐름에 합류할지 의도가 명확치 않다고 로이터는 봤다. 실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실제 상황과 수요에 따라 비축유 방출을 안배하겠다”면서도 규모·시기·방식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비축유 방출 조처는 덜 극적인 걸로 간주된다고 썼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