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는 농축산물가격, 유가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다소 낮아지겠지만, 2%대의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 수출이 양호한 증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상승 폭이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1%를 상회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 2%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이 내구재를 중심으로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기조적 물가 오름세 확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데 주로 기인한다”며 “기조적 물가지표의 상승은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실제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석유류, 농축산물, 외식 등 가계의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의 물가 오름폭 확대에 영향을 받아 2%대 중후반으로 크게 상승했다. 국채금리에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인 BEI(10년물 기준)는 4분기 들어 1%대 중반 수준으로 다소 상승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전문가)의 경우 1%대 후반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경로상 상방 리스크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도 평가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글로벌 공급병목 장기화, 소비 회복세 확대,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등이 상방 리스크로 지목된다. 반면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세 심화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 등은 하방 리스크로 잠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올해 1~11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2.3%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로 2012년(2.2%) 이후 처음으로 물가안정목표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 상승률은 3.7%로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물가 오름폭 확대는 석유류 및 농축산물가격 상승 폭이 확대된 데다 내구재, 외식 등을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도 커진 영향”이라며 “경기회복과 함께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코로나 수요민감 물가 오름폭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