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라 2021년] 강풍이 지나간 사막의 황혼

양희관-송년사진

거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사막의 지평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던 모래폭풍은 언제 그랬더냐는 듯 자취도 없습니다. 서쪽 하늘을 향해 남겨진 바람의 발자국에서 강풍의 흔적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자연의 섭사막의 바람처럼리는 세상의 이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멈출 것 같지 않던 험한 바람도, 천지를 뒤덮었던 모래먼지도 결국 잦아듭니다. 끝 모를 고통의 시간도 흰구름 장막을 걷어내며 드러나는 푸른 하늘과 함께 환희의 순간으로 바뀝니다. 게다가 떠오르는 듯 찬란하게 저무는 태양의 빛줄기는 일몰의 처연함 대신 일출같은 생기를 온 대지에 꽂아넣습니다.

2년째 이어지는 역병의 세월도 사막의 바람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모래먼지의 억만분의 1도 안되는 바이러스 따위가 대자연의 섭리를 어찌 거스르겠습니까. 해 저무는 사막의 언덕너머로 장엄하고 수려한 새 해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거라, 2021년이여. <뉴멕시코 화이트샌드 국립공원에서/글=황덕준·사진=양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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