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된 전과 탓 채용 거부한 연구소…인권위 “차별 시정해야”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업무와 관련 없는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임용을 거부한 공공연구기관에 대해 채용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연구소장에게 진정인에 대한 최종 임용 불가 통보를 취소하고, 신원특이자에 관한 합리적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진정인 B씨는 지난해 4월 A연구소 기간제 연구직 모집에 응시해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 모두 합격하고도 실효된 음주운전 전과 때문에 채용이 거부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연구소 측은 국가정보원법, 보안업무규정 등에 따라 임용 예정자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하며, ‘특이점 있음’으로 통보되면 심의를 거쳐 ‘적격’으로 판정된 경우에 한해 직원으로 임용한다고 주장했다.

B씨의 경우, 과거 비위행위가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등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던 때로 확인돼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심의에서 ‘부적격’ 판정했다고 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B씨는 2018년 9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2019년 2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0.03% 이상 0.08% 미만) 수준이었으며, 벌금형이어서 전과의 실효 기간은 2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범죄 사실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진정인이 지원한 연구직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지원 당시는 이미 형 집행이 종료된 지 2년이 지나 형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정인에게 범죄의 상습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범죄사실이 없는 점, 채용 당시 공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 연구소·공무원 징계기준상 최초 음주운전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미만인 경우에는 감봉·정직 수준의 징계를 부과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채용 거부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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