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는 이은해(오른쪽)와 공범 조현수. [온라인 커뮤니티]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로 지목되는 이은해(31) 씨가 최근 태도를 바꿔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직후 변호인 선임을 요구하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 씨가 입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에 대한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최근 구속한 이 씨와 공범 조현수(30) 씨를 이날 오전부터 인천구치소에서 소환해 조사했다.

조 씨와 분리돼 지난 주말에도 계속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씨는 체포 후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던 초기와 달리, 구속 이후에는 태도를 바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 씨와 조 씨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구체적 진술 내용은 수사 중인 만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 씨가 검찰 조사 뿐 아니라 향후 재판 때도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직 법조인은 "검찰 측에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사선 변호인을 선임해 무죄를 적극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씨의 혐의 입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일단 (사망한 남편 A 씨에게)아무런 신체 접촉이 없었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앞서 이 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인 이달 20일 조사 때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법원이 선정한 국선변호인은 당일 인천지검 청사에 갔다가 이 씨의 의사를 확인한 후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가족을 통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체포한 이들의 구속 기간을 열흘간 연장했다. 다음 달 초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이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A(사망 당시 39세) 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 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에 스스로 뛰어들게 한 후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피해자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린 이 씨와 조 씨가 당시 구조를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보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씨와 조 씨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4개월 뒤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한편 이 씨는 최근 자필 진술서에서 잠적한 이유에 대해 "조현수가 감금과 강압적 수사를 받았고 그것이 무서워 함께 도망쳤다"며 "기회라는 밧줄을 주신다면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