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옥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작년에 36만원에 ‘줍줍’했습니다. 이미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고, 대선 끝나고 나면 플랫폼 주가 다시 오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난달만 해도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바닥 밑에 지하실 있네요.” (네이버 투자자 A씨)
“저는 45만원에 샀습니다. 30만원대에 산 사람은 부러울 정도네요.” (네이버 투자자 B씨)
인터넷 대장주 네이버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52주 신저가까지 갈아치웠다. 지난해 46만원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28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25일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3.83% 하락한 28만 85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28만 8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플랫폼, 게임 주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네이버의 최근 하락세가 유독 가파르다.
네이버를 믿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아우성치고 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은 지난 22일 기준 네이버 주식을 1조 69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5976억원, 1조 1418억원을 순매도했다. 개미들의 ‘네이버 사랑’에도 네이버 주가는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연초(37만 6000원) 대비 23.27%, 지난해 7월 고점(46만 5000원) 대비 37.9% 하락했다.
김남선 네이버 CFO(왼쪽)와 최수연 네이버 CEO(오른쪽). [네이버 제공] |
새 경영진의 ‘주가 부양’ 의지도 역부족이었다. 최수연 최고경영자(CEO)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1일 각각 1억원 상당의 네이버 주식을 사들였다. 신임 수장의 ‘첫 행보’였다. 네이버의 장기적인 성장과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 13일에는 김남선 CFO는 공식 석상에서 네이버의 시가 총액을 5년 안에 50조원에서 15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1분기 실적 어닝쇼크 여파다. 지난 1분기 네이버는 매출 1조 8452억원, 영업이익 301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를 약 10%가량 밑돈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4% 증가했지만 전 분기에 비해서는 4.3%, 14.1% 감소했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는 네이버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NH투자증권 55만원→41만원, 한화투자증권 50만원→45만원, 현대차증권 55만원→50만원, 대신 증권 44만원→40만원으로 목표 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10% 연봉 인상을 결정하며 1분기뿐만 아니라 2022년 실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며 “영업이익은 1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성장에 그치고, 인건비 인상에 따라 영업 이익률이 17.3%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성장주 전반이 조정되고 있는 부분도 목표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적했다.
반면, 인건비 증가 부담은 일시적인 것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은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윤예지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후반으로 갈수록 마진이 개선될 여지는 많아 보인다”며 “신규 채용 가능성이 제한적이라 인건비 부담이 줄며, 마케팅비의 대부분인 페이·멤버십 프로모션 비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