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수사’ 우회 가능, 경찰 통제는 약화…‘검찰개혁’ 거꾸로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포된 3일 오후 검찰총장 업무 대행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70년간 이어진 형사소송법 체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내용을 보면 검찰 직접 수사권이 상당 부분 제한됐지만 ‘우회로’가 있는 반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권한은 상당히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해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경찰 송치사건을 검사가 수사하는 경우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로 한정했다. 또 경찰이 내린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에서 고발인을 제외했다. 먼저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분야를 ‘경제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수사검사는 기소업무에서 배제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이 법은 공포 후 4개월 뒤 시행된다.

법조계에선 검사의 경찰 통제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이 검찰로 보낸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완수사 자체가 경찰 결론과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보기 위한 것인데, 동일한 범위로 제한을 가한다면 이 절차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다. 또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고발한 중요사건에서 고발인을 이의신청권자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상 경찰이 내린 결론이 최종 판단이 된다.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범죄나 피해자가 직접 고소할 수 없는 사건의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남FC 의혹 사건’의 경우 고발인의 이의제기로 사실상 재수사가 시작됐는데, 이러한 점이 입법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수사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요 사건 기소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안을 가장 잘 아는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법정에서 유죄를 받기 어려워 무죄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이번 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우회로’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경제범죄 등에 한해 이뤄지지만,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범죄 등’을 탄력있게 해석하면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범죄도 법무부장관의 상설 특검을 활용하면 기존 특수부 수사 영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대범죄 수사청이 나중에 생기더라도, 독립성을 확보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권에 유리한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입법의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얼마든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권은 검찰과 사법경찰관의 권한인데, 검찰 수사관도 검찰청법에 따라 사법경찰 지위를 가지므로 검사가 수사관을 지휘하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법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전국 검찰에 6300명의 검찰 수사관이 있다”며 “사법경찰인 검찰수사관은 경찰 소속 사법경찰과 마찬가지로 검사로부터 넘겨받은 수사권으로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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