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철수·에어백 없는 신차…’ 러 일상으로 파고든 제재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저항하다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7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장악 지역인 올레니우카의 한 교도소 부근으로 이송돼 버스에 앉아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중상자 51명을 포함해 265명의 병력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고 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제로 러시아인들의 일상생할에서 불편을 격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의 1000개의 외국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맥도날드가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개방과 시장경제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에브게니야 마르셰바(33)씨는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는 ‘자라’나 ‘마더케어’ 등 많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싸거나 비싼 러시아 제품만 고를 수 있다”며 “소련 시대에는 제한된 상품만 고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들었지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지 생각지 못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시민들의 생활 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서방제재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제4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인쇄회사를 운영하는 블라디미르 쿠쿠슈킨씨는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됐으며 잉크와 종이 가격 상승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막히면서 사업 홍보도 어렵다”며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말했다.

마리아 샤기나 핀란드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예컨대 러시아 내 빵집의 90%는 유럽산 설비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 기술 제품이나 반도체 등을 대체하기는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을 1980년대로 되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으로부터 수입할 수 없는 탓에 신차들은 더는 에어백을 부착할 의무가 없다.

러시아 상원 헌법위원회 위원장 안드레이 클리샤스는 최근 수입 대체 프로그램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각종 경제 지표에서도 서방 제재으 효과가 나타난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전년 대비 8∼12%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4월 약 80% 감소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8~2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독립적인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인 85%는 고가품 구매나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시기라고 답했다. 또 러시아인 60% 이상은 저축을 못한다고 답했다.

문화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디즈니나 소니 등 서방 영화사들이 러시아 내 신작 개봉을 중단하면서 모스크바 내 영화관들은 예전 할리우드 영화를 재상영하거나 중국 액션 영화를 틀고있다. 텔레그램에서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는 카티아 페도로바는 “나에게는 문화적 고립이 경제적 고립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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