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목걸이와 반지를 한 잔망루피. [불가리 광고 캡처] |
‘불가리’ 목걸이와 반지를 한 잔망루피가 인사하고 있다. [불가리 광고 캡처]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패션잡지 ‘보그코리아’의 한 화보. 잔망루피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명품 브랜드 ‘불가리’ 목걸이와 반지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한다. 화장대 앞에 앉아 연예인처럼 메이크업을 받고, 명품 가방을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일도 하며, 400만원 상당의 불가리 목걸이를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선물도 한다. 집에 온 잔망루피는 삼성전자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이랜드의 ‘스파오’ 브랜드 파자마를 입고 크게 하품을 한다.
분홍색 비버 캐릭터 ‘잔망루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올해는 아예 패션모델이 됐을 정도다. 지난해만 해도 도미노피자·세븐일레븐 등 식품·유통업계와 컬래버레이션한 상품의 캐릭터로 등장했다면 올해는 그 양상이 세분화됐다. 3D(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잔망루피가 명품 브랜드 뮤즈는 물론 패션화보를 찍거나 광고모델로도 맹활약하면서다.
‘보그코리아’ 화보모델이 된 잔망루피. [보그코리아 제공] |
잔망루피가 패션모델이 되면서 올해 몸값이 전년 대비 50% 이상 뛰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준비기간, 노출 횟수, 광고 일정 등에 따라 잔망루피의 마케팅비용은 다르지만 전년과 비교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8시만 해도 네이버 모바일 메인 페이지에는 잔망루피가 모델로 활동하는 아모레퍼시픽 이너뷰티 브랜드 ‘바이탈뷰티’ 라이브방송이 공개됐다. 앞서 지난 4월에 잔망루피는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AI(인공지능)’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이어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패션모델이 된 잔망루피는 브랜드 광고 촬영에 이어 ‘보그코리아’와 패션화보를 찍었고, 이달에는 이랜드 스파오의 브랜드 뮤즈로 발탁됐다.
명품 액세서리를 한 잔망루피, 메이크업을 받는 잔망루피,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기는 잔망루피, 시간과 장소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소화하는 잔망루피를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광고모델이 된 잔망루피가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광고 캡처] |
‘스파오’ 패션모델로 발탁된 잔망루피가 파자마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랜드 제공] |
‘버거킹’ 광고모델로 나오는 잔망루피. 버거킹 신제품을 만드는 연구원으로 등장했다. [버거킹 광고 캡처] |
‘불가리’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를 한 잔망루피가 와인을 즐기고 있다. [불가리 광고 캡처] |
잔망루피가 등장한 데는 2019년 한 중학생 누리꾼이 온라인에 공유한 ‘루피 짤’이 있었다. 뽀로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루피의 얼굴을 일그러뜨려 본래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는 이미지였다. 루피 짤의 인기에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는 ‘잔망루피’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2020년 7월 출시했다. 루피를 상품으로 만들어 상업화하기 시작한 바로 그 출발선이다.
2년여가 지난 지금 잔망루피의 지식재산권(IP)은 다방면에서 강화됐다. 3D 모델링기술이 정교화되면서 옷을 입고 가방을 메거나 반지를 낀 잔망루피 세부 연출이 가능해지면서다. 기술 최적화를 위해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관련 시스템을 준비해왔다는 게 아이코닉스의 설명이다. 지난해 잔망루피는 3차원 아바타·공간으로 이뤄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도 컬래버를 진행한 바 있다.
루피 짤. [구글 검색 결과] |
패션업계 관계자는 “잔망루피는 브랜드가 타깃으로 하는 20·30대를 중심으로 팬덤이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어 새로운 상품을 이들에게 친근하게 전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자칫하면 과도한 상업화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어 ‘톤 앤 매너(Tone&Manner)’를 유지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