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전쟁과 음악…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의 묵직한 취재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1 ‘시사기획 창’이 19일 밤 10시 올해 60주년을 맞은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취재기를 방송한다.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국내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의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취재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참가자 드미트로는 경연 기간 줄곧 전쟁에 관한 언급을 피했지만, KBS 취재진에게만 내밀한 심정을 털어놨다. 러시아 참가자 안나가 조국의 정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임윤찬이 얼마나 극적인 과정을 통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었는지도 생생히 담았다고 했다.

나아가 이들에게 음악은 과연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지, 우리는 왜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도 물었다. 전쟁과 음악, '시사기획 창'은 이 묵직한 주제를 파고들었다.

▶유튜브 '역대 최다 조회수'…호로비츠도 넘어선 '임윤찬 신드롬'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지난 6월 18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는 유례 없는 스타의 탄생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바로 역대 최연소 우승의 주인공, 한국의 임윤찬이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완벽하게 소화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고, 특히 그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3주 만에 조회수 480만회를 돌파했다. 같은 곡을 연주한 영상 가운데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기록까지 깼다. 가히 '임윤찬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임윤찬 신드롬'에 가려진 3위,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쵸니

하지만 임윤찬이 급부상하기 전까지, 해외 언론이 주목한 참가자는 따로 있었다. 올해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본선에서 유일한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쵸니다. 7년 전부터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유학 중이지만, 드미트로의 가족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며 전쟁을 겪고 있다. 이번 콩쿠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열린 국제적인 권위의 경연인만큼, 드미트로의 연주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텍사스에서 만나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온 러시아 참가자 안나 게니쉬네. 드미트로 역시 지난해 영국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4위에 입상한 실력파이기 때문에, 안나와 드미트로의 대결은 국적과 결부돼 더 자극적으로 부각됐다. 뉴욕타임즈의 "텍사스에서 만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피아니스트"라는 기사 제목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음악계 내부의 갈등도 콩쿠르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유례 없이 치열했던 '피아노 승부'

드미트로는 슈만과 리스트,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다채로운 개성을 선보였다. 안나는 하이든과 브람스와 같은 묵직한 곡들로 내공을 과시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임윤찬의 신들린 기교는 이번 콩쿠르 최대 화제였다. 결과적으로 이 세 사람이 1위와 2위, 3위를 차지했지만, 결승에 이르기까지 유감없이 보여준 치열한 피아노 승부는 역대 그 어느 콩쿠르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명장면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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