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영우’ 자폐증 치료될까?…韓 연구진 발병원인 찾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ENA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심각한 자폐증을 앓고 있다. 자폐증은 뇌 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세계 인구의 약 2%가 앓고 있는 질환이다. 사회성 및 인지능력 저하가 주요 증상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자폐증의 발병원인을 찾아내 치료제 개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대규모 한국인 자폐증 가족 코호트를 모집하고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실시, 자폐증 원인을 찾아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비-부호화 유전체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를 세계 최초로 한국인 자폐증 샘플로 제작한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증명했다. 자폐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간 유전체 분야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부호화 영역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발상으로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IBS와 한국연구재단,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2011년부터 현재 3708명에 달하는 자폐 환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대규모 한국인 코호트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을 진행, 이번 연구 결과는 813명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간 자폐증 유전체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비-부호화 영역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3차원 공간상의 염색질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분석 방식을 사용,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한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폐 유전자의 기능에 심각한 이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코호트의 한국인 자폐증 가족으로부터 직접 인간 줄기세포를 제작해 태아기 신경세포를 재현했다. 이러한 생애 초기 신경 발달단계에서 비-부호화 영역의 유전변이에 의해 최대 50만 base-pair(유전체 거리 단위) 이상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경 발달단계 초기부터 질병 발병에 기여한다는 획기적인 자폐증 원인에 대한 발견이다. 연구팀은 그간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쏠려 있던 정신질환 연구 풍토 속에서, 비-부호화 영역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자폐증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한국인 자폐증 코호트 구축.[KAIST 제공]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김일빈 박사는 “신경발달장애 중 자폐증은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유전체 영역의 이상을 한국인 고유의 데이터를 사용해 순수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발견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우리가 자폐증의 발병 기전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아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직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며 “유전체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며, 자폐증을 가진 분들과 가족들의 관심도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 7월 15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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