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환수 문화재 '보록'(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언론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오른쪽 두번째)과 참석자들이 '보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해외를 떠돌던 19세기 조선왕실 유물이 극적으로 국내로 귀환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문화재는 조선왕실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글로벌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의 기부금 후원으로 국내에 환수된 여섯 번째 유물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7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 민속극장에서 ‘보록(寶) 귀환 기념 언론공개회’를 열고 국외소재문화재 ‘보록(寶)’의 국내 환수 성공 소식을 전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공개된 환수 문화재 '보록'(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글로벌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 [연합]

‘보록’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에게 올린 어보를 보관한 상자다. 대량 제작된 것이 아니라 왕실 의례에 따라 왕과 왕비를 위해 제작된 만큼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평가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작년 12월 영국에서 보록이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환수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경매를 통해 이 유물을 구입한 영국 법인은 제3자와 판매 협상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다. 재단은 소장자에게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끝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환수 문화재 '보록'(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언론공개회에서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총괄이 국외문화재 환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이번 보록의 국내 환수절차 전반을 지원한 라이엇게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다. 매년 기금을 미리 마련하고 우리나라 국외문화재 환수를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이상 2019년) 등 총 다섯 번의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이끌었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총괄은 이날 질의응답을 통해 “2012년 6월부터 10년째 한국 문화재 보호를 지원해왔다. 총 기부예산은 68억원이 넘는다. 문화재청의 민관협력 사례 중 최고 금액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공개된 환수 문화재 '보록'(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글로벌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보록 환수에 투입한 기금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국외문화재환수를 위해 20억원을 별도로 마련했으며 지금까지 총 10억원 이상이 사용됐다. 이번 유물 환수에 적지 않은 예산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보록은 상단 중심에 거북이 모양의 손잡이가 자리하고 있으며 뒷면의 경첩은 아래쪽이 긴 형태를 하고 있다.

감정에 참여한 서준 문화재 전문위원은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인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며 “보록은 임진왜란 이후 1600년대부터 순종 때까지 300여년에 걸쳐 같은 형태로 꾸준하게 제작된 공예품”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환수 문화재 '보록'(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언론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오른쪽 첫번째)과 참석자들이 '보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문화재청은 이번에 환수된 보록이 궁중 공예품의 양식과 재질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8월 중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전시에는 라이엇게임즈가 앞서 환수를 지원한 3종의 유물이 이미 포함돼 있어 해외에 반출됐다가 국내로 들여온 문화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