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폐쇄 중단·적정인력 유지” 금융노조 총파업 ‘교통 혼란’

서울 마포구의 한 은행에 부착돼 있는 금융노조 총파업 관련 안내문. 김희량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점포 폐쇄 중단과 적정인력 유지 등 금융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6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도심에서 1만여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와 행진도 진행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진행된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점포와 고용을 줄이고 주주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사용자들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총파업 집회·행진에 1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면서 세종대로 일대 교통이 지연되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버스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인근 광화문 정류소에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직장인들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시민 안전과 돌발 상황 방지를 위해 28개 부대 경력을 투입, 중구 시청역 일대와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까지 배치했다. 집회와 행진 구간 인근에는 안내 입간판 등을 설치하고 교통경찰 등 경력 200여 명을 투입했다. 금융노조는 ▷점포 폐쇄 중단 ▷적정인력 유지 ▷임금 인상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국책은행 지방이전 정책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당초 6.1%의 임금 인상률을 5.2%로 수정한 상태지만,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2.4%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신현호 금융노조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디지털화가 불가피하다 해도 점포 폐쇄가 매년 300개씩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빠른 점포 폐쇄에 따라 적정인력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 점포 개수는 총 6094개로 전년 대비 311개 점포가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 감소는 2018년 12개, 2019년 38개 수준에서 2020년 222개, 2021년 224개로 급증했다.

점포 폐쇄 중단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도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20대 시민 최성은 씨는 “어르신이나 은행 업무가 어려운 사람도 있지 않나”면서 “ATM 기기와 은행 창구가 함께 있는 것처럼 창구에 사람이 있는 은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위기 속 은행원들의 파업과 대규모 집회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 직장으로 출근하던 김모(27) 씨는 “같은 노동자로서 근로 환경에 대한 요구 자체는 이해하지만 이미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데 욕심내는 느낌도 든다”며 “불경기로 다들 힘들어하는데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 이후에도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 오는 30일 2차 총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금융노조 총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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