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한국식 핵공유’ 모색하나…핵보유와 확장억제 사이 해법 골몰

북한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한 가운데 전날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가 북한의 대남 핵위협이 ‘레드라인’을 넘나들 정도로 노골화하자 다양한 핵무장 시나리오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핵무장론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국내와 미국 조야에서 확장억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때문에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표면적으로는 이틀 전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관련된 질문에 한미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답변한 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앞선 언급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북한의 7차 핵실험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부터 핵무장론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 그리고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 수준의 순환배치까지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을 둘러싼 시나리오가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한국 핵무장 논의의 불씨는 북한이 제공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보름간 실시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이 남측의 주요 군사지휘시설과 공항, 항구 등을 목표로 한 사실상의 선제 전술핵 공격훈련이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과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해 대화할 내용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하면서 향후 핵 대응태세와 핵 공격능력을 더욱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며 이미 채비를 마친 7차 핵실험 감행 야욕도 공공연히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는 역시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 북한의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는 9개월 만으로 앞서 실시한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로도 전술핵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순항미사일에 굳이 ‘전략’이란 표현을 더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에서 “오늘 울린 미사일 폭음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고도 했다.

정부가 다양한 핵무장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한 것은 기존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수단과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 북한 핵·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 강화를 비롯한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해 압도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대남 선제 핵공격 의지를 노골화하고 실제 능력까지 눈에 띄게 고도화하자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내에서는 결국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의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독자 핵개발 및 핵무장,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NATO식 핵공유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문제는 이 같은 시나리오 모두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점이다. 한국의 독자 핵개발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 등으로 인해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술핵 재배치도 북한 비핵화 논리와 명분 상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실익보다 부담이 큰 미국이 미온적이다. NATO식 핵공유 방안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함께 핵무기를 다른 국가에 이양하지 못하도록 한 NPT 조약 위반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배치하는 수준으로 순환배치하는 방안이 제기돼 주목된다. 한국의 독자 핵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따른 부정요인을 줄이고 실질적인 핵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확장억제를 강화하자는 이 같은 내용의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 방안을 요청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미국의 ‘선의’의 기대할 수밖에 없고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한층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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