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20분의 1 동박 77㎞까지 생산

SK넥실리스 직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SKC 제공]

전북 정읍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SK넥실리스 동박 생산 공장. 이번에 증설된 5공장 안에 들어서자 수십 대의 제박기가 쉴새없이 돌며 구릿빛 동박을 생산하고, 이는 바로 옆에 설치된 롤링 로트에 감아지고 있었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포일로 전기차 이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제박기에 구리 용액을 공급하고, 전기를 흘려주면 회전하는 드럼 표면에 얇은 구리 막이 생성된다.

SKC의 자회사로 세계 1위 동박 생산기업인 SK넥실리스가 작년과 올해 증설을 마친 정읍공장을 지난 11일 공개했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넓은 동박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정읍 5공장의 제박기는 두께 6㎛, 너비 1.4m로 세계 최장인 77㎞(서울∼천안 거리)까지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6㎛는 머리카락 두께(약 120㎛)의 20분의 1 수준이다. 77㎞ 길이의 동박을 생산하기 위해선 3박4일 동안 제박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렇게 완성된 동박롤의 무게만도 6t에 달한다. SK넥실리스는 인력 필요 공정을 최소화하고, 제조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로 전환한 상태다. 이것이 동남아, 유럽 등 해외 증설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 투자 후보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하고 있으며 4분기 내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 지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꼽히지만 이차전지용 동박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생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SKC는 고객사에 보다 밀착해 요청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글로벌 동박 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와 협력해 전용라인 구축도 추진한다. 2025년 북미 지역 증설이 완료되면 SKC는 한국을 전략,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및 고부가 제품생산 거점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은 원가 우위 기반의 아시아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또 폴란드와 북미 공장은 현지 고객사에 밀착 대응하는 전초기지로 삼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핵심 거점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확보, 세계 최대 생산능력(연산 25만t이상)을 갖출 계획이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북미 공장 부지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지역 정부의 인센티브, 전력비, 인력확보 여부, 고객사와의 거리 등을 감안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있지만 투자 계획은 종전과 변동된 것은 없고 다만 인플레이션 등으로 투자금액이 일부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박원철 SKC 대표

한편, 롯데케미칼은 이날 국내 2위 동박 제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박원철 SKC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 LG, SK, 삼성 등 3대 배터리 제조사들이 세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 3사에 총알을 대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자금, 장비 등 여러 보틀넥(병목)이 있어 롯데가 이 대열에 나와주면 배터리 업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돼 열린 마음으로 새 플레이어의 등장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건 한두 해 동안 갑자기 장비나 의지만 갖고 따라잡기에는 기술적인 갭과 노하우의 차이가 있다”며 “업계를 리드하는 선두 업체로서 (롯데와) 선의의 경쟁도 하고 필요한 부분은 협력도 하면서 책임있는 동박 공급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정읍=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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