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신부 “‘이태원 희생자’ 호명하면 패륜? 백번, 천번하겠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데이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호명해 사실상 명단을 공개한 김영식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가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게 패륜이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신부는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전날 밤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 데 대해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도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라고 한 분 한 분 이름을 정성껏 불렀다"고 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 교회에선 모든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연도가 있다"며 "살아있는 사람이 성인들의 이름,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르면서 드리는 호칭 기도"라고 했다.

그는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유가족, 아픈 희생을 보고 위로를 전하고 싶지만 전할 도리가 없던 시민들에게 애도는 절대 패륜이 아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연민을 갖고 공감하는 분이 많으니 힘내시라고 추모 인사를 드리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실명 공개가 논란이 되는 데 대해선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이가 마음껏 슬퍼하고 토닥여주면서 정부도, 시민도, 희생자도, 유가족도 다 함께 내일로 걸어가는 그런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앞으로 닥쳐오게 될 여러 부담은 그런 희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정의구현사제단의 월 모임이 잡혀있다"며 "그 자리에서 향후 추모 미사를 계속 드릴지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미사를 계속 드린다면 그만큼 정부여당이 강제된 침묵 속 애도하게 하고, 원인 규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자 처벌도 꼬리를 자르게 하겠다는 그런 이야기 아닌가. 올바른 애도에 대한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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