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현장에서] ‘미군 위안부’를 아시나요?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회 회기 중에 야당 현역 의원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계획서의 채택을 촉구했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이 대통령실 이전 예산이라며 용산공원 조성사업에 드는 예산 303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예산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16일 하루 새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야 정쟁이 극으로 치닫던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법이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알리기 위해 할머니 두 분도 회견장 마이크 앞에서 본인의 피해 경험을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제정법의 이름은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미군 위안부 지원법)’이다.

미군 위안부 지원법은 기지촌 피해 여성들과 그 유족에 대한 진상 조사와 의료 및 생활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지촌에서 미군 위안부로 종사했던 여성의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가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양공주’로 불리며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섰다는 ‘사회적 시선’에 숨 죽이고 살아온 여성들은 2014년 미군 위안부 제도의 국가 책임을 밝히고자 목소리를 냈다. 그해 미군 위안부 생존자 122명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월 20일 1심 판결에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받았고, 2018년 2월 8일 2심 판결에서는 국가가 기지촌 운영 및 관리 과정에서 원고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올해 9월 29일에는 마침내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을 받아들여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위법한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로 인해 그들의 인격권이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명시했다. 3심까지 진행되는 동안 122명의 원고 가운데 25명은 세상을 떠났다.

그간 19, 20대 국회에서 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정법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올해, 3번째로 미군 위안부 지원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위안부’라고 하면 소녀상으로 대변되는, 일본군에 의해 강제적으로 끌려가 성을 착취 당했던 어린 소녀들이 떠오른다. 사전적으로도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에 일본에 의해 군 위안소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 당한 여성’이라고 위안부를 정의한다.

21대 국회에서 ‘미군 위안부 지원법’을 대표발의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를 만나 “저 역시 위안부라고 하면 일본군을 먼저 떠올렸다”며 “미군 위안부 문제에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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