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韓기업 짓누르는 ‘법인세 족쇄’ 속히 풀려야”

법인세율 인하를 골자로 하는 정부 발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가운데 경제계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 또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발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조세정책 경쟁력은 2017년 15위에서 올해 26위로 11계단 하락했고, 법인세 세율 경쟁력은 2017년 27위에서 올해 39위로 12계단 내려앉았다.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정책에서 이 같은 차이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는 ‘세금 감면 및 일자리법’을 통과시켜 기존 15∼39%이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종전 8개였던 과표 구간 역시 하나로 단일화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과표 구간을 3개에서 4개로 늘렸다. 여기에 한국에만 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세율 20%)도 추가적인 법인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간 양국 기업의 법인세 과세 전후 순이익을 비교해 본 결과, 법인세 정책 개편 이후 한국 기업의 세후이익 감소율이 미국보다 컸다.

작년 미국 기업의 세전이익 대비 세후이익률은 87.8%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77.2%에 그쳤다. 2012∼2017년 양국 기업의 세후이익 감소율 차이는 평균 7.3%포인트였으나 법인세율 변동이 있었던 2018년∼2021년에는 평균 14.5%포인트로 약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해외 투자 소득의 국내 이전도 한층 불리해졌다. 미국은 2018년 영토주의 과세 체계를 채택해 미국 본토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반면 한국은 국내외 소득 모두 과세 대상에 포함한 이후 일정 부분 세액 공제를 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채택 중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발의 법인세법 개정안에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는 해외 자회사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지만 현재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한경연도 국내 기업들이 준전시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부터 11년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의 법인세율은 평균 7.2%포인트 하락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평균 2.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법인세율이 3.3%포인트 인상(지방세 포함)됐다.

한경연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3분기(누적 기준) 상장사 주요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재고자산 판매 속도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은 2017년 3분기 11.1회 였으나 올해 3분기에 재고 증가로 인해 8.3회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0.4회)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내년 한국경제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침체되면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 측은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과 고용 확대에서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이 5.7%포인트, 고용은 3.5%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과표구간 단일화 등으로 법인세 왜곡을 없앨 것을 주문했고, OECD 역시 경기 하방의 요인으로 각국의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 투자 감소를 지적하기도 했다.

양대근·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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