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동에 공 들이는 이유는

6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중동 지역을 방문해 관심이 모아진다.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투자 계획을 집행 중인 중동 지역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신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6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주에 있는 바라카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이 중동 지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추석 명절에 사우디 리야드 지하철공사 현장을 찾은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바라카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진행하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바라카원전을 찾은 이 회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을 돌아본 후 현지에서 근무하는 MZ세대(1980년부터 2010년 이전 출생) 직원들과 간담회를 마련했다. 바라카원전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 건설을 시작해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초장기 프로젝트로, 오랫동안 현지에 체류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임직원이 특히 많은 사업장이다.

이 회장은 바라카원전 방문에 앞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중동지역 법인장들을 만나 현지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중동 출장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한다. 이 회장이 지난달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20여일 만에 UAE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중동 국가들과 교류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이후 3년 만의 방한을 통해 500억달러(약 680조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한 신개념 스마트시티 ‘네옴(NEOM) 시티’ 건설과 관련해 삼성, SK 등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과 함께 차담회를 열었다. 삼성은 5세대(5G)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축과 원유 수요 감소 등으로 한동안 침체돼 있던 중동 시장은 최근 고유가로 호황기를 맞으며 막대한 투자 금액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이 회장은 중동과의 꾸준한 네트워크로 구축을 통한 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UAE 대통령(당시 왕세제)을 만난 데 이어 같은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답방한 빈 자이드 대통령을 맞아 반도체 생산 라인과 5G 장비를 직접 소개했다. 삼성은 과거 부르즈 칼리파(삼성물산), 정유 플랜트(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UAE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오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출장을 통해 중동 지역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관련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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