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비밀보호 침해’ 논란 부른 김만배 수사

대장동 개발비리 주범으로 지목된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씨 변호 로펌을 압수수색 하면서 변호사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보호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가운데 관련 입법 논의로 옮겨갈지 주목된다.

ACP 논란이 재점화 된 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13일 김씨 변호인 A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부터다. 검찰은 A변호사의 휴대전화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방변호사회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성명을 내면서 변호사업계 비판이 확산됐다.

서울변회는 “법무법인을 상대로 진행한 압수수색은 변호인의 비밀유지권과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특히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대장동 재판이 계속 중인데 변호를 맡은 로펌을 압수수색한 것은 변론권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해당 압수수색이 범죄수익 은닉 혐의 관련 증거확보 차원이었을 뿐 변론권 제한과 무관한 범위에서 이뤄진 영장 집행이란 입장이다. 이런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법원이 증거 확보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이다.

로펌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변호사는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발설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를 지는데, 수사기관이 강제수사에 나설 경우 맞설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로펌 압수수색은 특히 기업 수사에서 논란이 많았다. 2016년 롯데그룹 수사 때 검찰이 롯데 측 조세 자문을 했던 로펌을 압수수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무법인 한결의 안식 대표변호사는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우 준법 경영에도 제약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로펌에 물어보고 의견을 받거나 자료를 받은 게 있으면 그게 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 심하게 조사를 받게 돼 위축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영장에 기재된 범주 내에서 가져가더라도 기본적으로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것 자체로 변호인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수사기관은 ACP를 과도하게 인정할 경우 기업이 로펌을 ‘자료 도피처’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로펌이나 소속 변호사가 불법에 가담한 경우라면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ACP를 제도로 보장하고 있다. 나라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의 비밀유지를 의뢰인에 대한 의무면서 제3자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로 명문화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준법경영 정착 등을 위해 ACP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변호사단체와 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21대 국회에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대표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2020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안대용·유동현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