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긷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왔어요” [골든아워 in 케냐 ①40년 만에 역사상 최장 가뭄]

“급수시설이 들어온 전후로 아이들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물을 긷기 위해 매일 20㎞를 걸어 다니곤 했는데, 이젠 물을 집 바로 옆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케냐 투르카나주(州)의 주도 로드워에서 비포장도로를 45㎞, 약 1시간 달려 도착한 소펠마을(Sopel Village)에서 에칼 에라투스 마을 사회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열 집열판 아래에 생긴 그늘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주민과 콸콸 쏟아지는 물을 노란통에 받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비록 옷은 다 해졌지만 깨끗한 물을 받아 마시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껏 신이 나 있다. 주민 식수용 시설과 별도로 마련된 가축용 급수시설에서는 소들이 여유롭게 목을 축이고 있었다. 물이 있으면 가축을 먼저 먹여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무척 고무적이다.

박미 코이카 케냐사무소 부소장은 “과거에는 물이 생기면 낙타가 가장 먼저 마시고 그다음엔 염소, 마지막으로 사람이 마셨는데, 이제는 낙타와 염소, 사람이 동시에 물을 마실 수 있어서 마을 주민들이 기쁘다고 한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소펠마을은 사막 기후에 적합한 태양열 급수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이전에 설치한 핸드펌프는 시설 관리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짝 마른 어린아이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확보한 전기에너지로 45m의 깊이에 설치된 관정 펌프에서 끌어 올린 물을 마을보다 높은 언덕에 설치된 물탱크로 보낸다. 물탱크에 모인 물은 중력을 이용해 파이프로 내려간다. 시간당 5.2㎥ 분량의 지하수는 10㎥ 규모의 저수조 2기와 공용 급수대, 가축 수조로 보내 마을과 보건소, 학교로 보내져 5400여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소펠마을에 사는 열세 살 도르카스 로카펫은 “수도가 설치되기 전에는 10여㎞를 걸어가서 물을 가져와야 했는데 이제는 (집 근처에도) 물이 있으니 수저도 씻을 수 있어 좋다”며 감사를 표했다.

태양열 급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만큼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가정당 매월 100케냐실링(약 1달러)의 요금으로 유지 보수와 수리비용을 내고 있다. 태양열 급수 시스템은 투르카나주 지역의 수자원 거버넌스인 수자원이용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펌프에는 작동 이상 유무를 체크할 수 있는 센서가 달려있고, 정상 작동 여부는 수신기를 통해 주 정부 수자원국에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이상이 생기면 바로 수리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마을 보건소 역시 태양열 급수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한 만큼 급수 시설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대니얼 이렝 보건소 간호사는 “물이 들어온 다음에 5세 이하 아동들의 설사병 발병률이 기존 20~25%에서 5% 이하로 확 줄었다”며 “수인성 질병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케냐 투르카나=외교부 공동취재단·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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