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의사라 사기친 60대… 병원들은 ‘싼 맛’에 그를 썼다

무면허 의료행위 한 A씨가 소개한 약력[수원지검 제공]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30년 가까이 의사 행세를 하며 전국 수십개 병원에서 무면허 진료를 해온 6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병원들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A씨를 무등록 고용하는 등 범죄에 일조했고, A씨는 전국 60여개 병원에서 진료하며 수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수원지검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는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A(60)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의대에 입학해 1993년 의대를 졸업하기는 했으나 의사 면허를 얻지는 못했다. 당연히 의료행위를 할 수 없지만 1995년부터 면허증, 위촉장 등을 위조해 병원에 취업했다.

병원장들은 A씨가 실제로 의대에 재학했다는 점만 보고 A씨가 내민 위조 의사면허증을 의심하지 않았다.

A씨가 30여년간 취업한 병원은 서울과 수원 등 전국 60곳이 넘는다.

A씨는 주로 '미등록 고용의사' 형태로 단기 채용돼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아 병원장 명의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하기도 했다. 심지어 외과 수술까지 했으며, 음주 의료사고를 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들은 고용보험 가입 등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미등록 의료행위를 저질렀다.

A씨의 사기행각은 A씨에 의심을 품은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까지 "의료면허가 취소된 것"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보완 수사로 거짓임을 밝혀냈다.

A씨가 위조한 의사면허증 및 위촉장 [수원지검 제공]

그러나 A씨의 30년 사기 행각이 모두 처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은 A씨의 최근 8년간(2014년 10월∼2022년 12월) 의사면허증 위조 및 행사, 무면허 정형외과 의료 행위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이 기간 A씨 계좌에서 확인된 급여만 5억여 원이었다.

검찰은 또 A씨의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등록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한 종합병원 의료재단 1곳과 개인 병원장 8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병원이 단기 또는 대진 의사를 고용하고도 고용된 의사를 무등록·무신고하면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 및 면허 코드로 진료를 하고 처방전이 발급되는 등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현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의사 면허 관련 정보 공개 필요성 등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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