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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개인의 외부 수당을 자발적이라는 명목하에 기관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게 맞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다들 불만이 많았지만 기관장의 지시였기 때문에 억지 춘향이 될 수밖에 없었다.”(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관계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기관에서 직원들의 외부 활동수당 중 일부를 자발적 기부라는 프레임을 씌워 강제로 징수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결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박귀찬 원장은 지난 2020년 취임 이후 외부 강의 등을 통해 수고비를 받은 직원에게 받은 돈의 일정 금액(10~20%)을 보직자에게 모을 것을 지시했다.
박 원장은 외부 강의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수입을 낸 직원들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직원에 대한 배려의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외부 강의를 하지 않는 일반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자는 명분으로 이 같은 행위를 서슴지 않은 것.
실제 외부 활동을 한 직원은 장부에 일시, 장소, 회의명, 수당, 기부금액 등을 작성하고 사인 후 인사총무실 담당자에게 현금으로 전달했다.
매월 기부금 현황을 별도 자료로 만들어 보고하도록 지시, 인사총무실과 준법지원팀에서 정기적으로 원장에게 보고했다.
2020년 직원들이 모은 금액은 기관 내 공무직 직원들 처우 개선(1인당 10만원씩 지급)에 사용됐다. 2021년에도 2020년도와 같은 명분으로 자발적 기부는 계속됐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오창 본원. |
KIRD 관계자는 “인건비 확보는 기관장의 공식 의무임에도 내부 직원들 돈을 횡령해 사용한 것”이라면서 “활동 내용에 비해 기부금액이 적은 직원은 암묵적으로 많이 낼 것을 압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에 박 원장은 갑자기 전 직원의 외부 활동 일절 금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기관 평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외부 기관의 공식적 요청을 무조건 거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보직자들을 뺀 일반 직원에 한해 외부 강의와 활동을 승인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직원들의 외부 강의활동을 막아놓고 정작 자신은 수차례에 걸쳐 외부 강연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강의는 청탁금지법 제10조 및 공무원 행동강령 15조에 근거해 신고, 사례금, 제한 등 운영 기준이 명문화돼 있다. 이에 따라 기관장이 해당 기관 직원의 외부 강의를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직무수행에 저해되는 경우에 한해 사안별로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증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외부 활동에 의한 사례금은 기준 초과 금액 발생 시 즉시 반환토록 규정하는 사례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개인소득에 귀속되므로 이의 처분에 기관이 임의로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원장은 지난달 21일 주요 보직자들과 구내식당에서 근무시간 중인 오후 5시30분부터 술자리를 동반한 송년회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반론보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관련
본보는 지난 1월,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원장 제안으로 직원들의 외부 활동수당 중 일부를 강제로 징수한 후 조성된 자금을 직원 의복 구입 및 보직자 회의비 반납에 사용하여 횡령 소지가 있으며, 직원들의 외부 활동을 제한하고는 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외부 강연활동을 했고, 주요 보직자들은 근무시간 중 송년회를 하고 뒤늦게 근무시간 정정을 신청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은 “사내복지기금 마련 차원에서 기부 캠페인을 벌인 것일 뿐 기부금을 강제로 모금하지 않았고, 당초 조성 취지와 용도에 부합하게 기부금을 사용했고 관련 자료를 작성했으며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외부 강연활동을 금지한 사실이 없고 해당 기간 원장은 1회의 외부 강연만 진행했으며, 당시 송년회 모임은 보직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업무상 행사’로서 사적인 술자리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