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는 테슬라…주가 올들어 30%↑ [투자360]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졌던 최고 인기 종목 테슬라 주가의 하락 탓에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서학개미(소액 미국 주식 개인투자자)’들의 얼굴에서 조금식 희망이 보이는 모양새다. 주당 100달러 선마저 위협받던 테슬라 주가가 예상보다 좋은 분기 실적과 수요 전망 덕분에 연초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에 오래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상 밖의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실적과 전망에 대해선 미 월가(街)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30%가량 상승하며 지난해 하락폭을 일부 만회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25일 공개된 작년 4분기 실적 덕분에 전날 테슬라 주가는 10.97%나 오른 160.27달러에 마감하며 작년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테슬라는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243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한 1.19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예상치(매출 241억6000만달러, EPS 1.13달러)를 웃돌았다.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년간 테슬라 주가 추이. [구글 금융 캡처]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컨퍼런스콜에서 “1월 들어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주문량이 생산 속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달 초 미국과 유럽에서 단행한 최대 20%의 가격인하가 수요 진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와 함께 올해 180만대의 차량을 인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런 소식은 지난해 폭락장에서도 꾸준히 테슬라 주식을 사모으며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줬던 서학개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식에 대해 27억445만4809달러(약 3조3313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71.7%나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반등을 꿈꾸며 꾸준히 주식을 사모았던 셈이다.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서도 지난 26일까지 3억1040만8973달러(약 3824억원) 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순매수했다.

다만, 테슬라 주가가 길고긴 우하향 곡선의 터널을 벗어나 반등세로 돌아설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전망이 엇갈린다.

[로이터]

긍정론에 힘을 싣는 대표적인 곳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테슬라에 대해 매수 등급을 유지하면서 12개월 후 목표 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전날 종가 대비 40% 상승 여력이 있다 분석한 것이다. 마크 델라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수직 통합이 잘 이뤄진 테슬라에게 주문 강도는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인언스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주문은 긍정적이지만 자동차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높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격 인하를 단행한 만큼 테슬라의 주당순이익 추정치가 기존 3.80달러에서 3.54달러로 낮아질 것이라고도 봤다. 전기차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 현재 라인업을 테슬라가 유지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가격인하로 신차 값이 낮아지면 중고차 값도 낮아지고 기존 차들의 차 평가액도 낮아지는 만큼 다시 신차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테슬라가 계속 고속성장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과 더불어 트위터 인수로 산만해진 머스크 CEO 리스크 역시 투자자들에겐 골칫거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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