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관리 체제에 돌입했으며, 매각 입찰을 곧 마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퍼스트리퍼블릭 경매에 최종 입찰한 은행은 JP모건과 PNC 그룹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도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혼란을 줄이고자 FDIC는 법정관리로 직행시키는 것보다 대형 은행들에 퍼스트리퍼블릭 매각에 입찰하도록 적극 권장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의 시가 총액이 6억5000만달러(약 8716억5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인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관건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다.
FDIC의 공식 예금보험 한도는 최대 25만달러(약 3억3525만원)다. 다만 지난번 SVB사태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때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을 우려해 한도 없이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다만 이번에도 같은 예외적 조치를 취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재무부 장관, 대통령은 물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와 FDIC 이사회 과반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보장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기에 인수에 나서는 은행에게 리스크가 상존한다.
실제로 대형은행 입찰자들은 미실현손실이 5억달러(약 6705억원)에 달하는 퍼스트리퍼블릭의 300억달러(40조2300억원) 규모 채권 포트폴리오를 인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FDIC가 보장해줄 것을 전제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인수합병의 장애물은 또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입찰에 참여한 JP모건이 이미 전국 예금의 10% 이상을 보유한 초대형은행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미국 규정에 따르면 JP모건은 다른 예금 취급 기관을 인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의 최대 은행이 더 커지려면 규제 당국이 예외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퍼스트리퍼블릭은 수년 동안 모기지와 대출에 우대 금리를 내세워 고액 자산가 고객을 유치했다. 고객 한 사람 당 예치금액 규모가 크기에 무보험 예금이 전체 예금의 68%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FT는 바로 이러한 전략이 저소득층 고객을 보유한 여타 지역 대출 기관보다 퍼스트리퍼블릭을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수자가 확정되면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두 달 만에 퍼스트리퍼블릭은 세번째로 문을 닫는 미국 주요 은행이 된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1분기 1000억달러(134조1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보고했다. 지난 3월 월스트리트의 11개 대형은행이 300억달러(40조2300억원)를 예치한 것도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