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해프닝은 섭섭함만을 가득 안고 자리에서 밀려났던 전직 행장이 다시 LA에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 전임 행장이 옮겨간 텍사스 지역 은행이 LA에 브랜치를 내면서 다수의 직원을 한꺼번에 빼간 것이다. 떠난 직원들의 대우가 훨씬 좋아졌다는 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더 큰 문제는 은행측의 사후 대처다. 가는 발길이야 잡을 수 없으니 그렇다 쳐도 이를 채우지 않으니 남은 인원들은 업무 처리를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하고 있다.
여기에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 “혹시 다른 데로 팔리나”하는 흉흉한 소문까지 도니 일손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은행측에서도 할 말은 많다. 해당 은행의 관계자는 “상황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라며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손 놓고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위기가 왔다고 서투르게 행동하면 뒤탈이 더 크기에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핵심 인력은 연봉 인상이나 기타 혜택을 강화해서라도 붙잡고 있으며 실적 만큼이나 중요한 내부 분위기 전환과 동기 부여를 위한 대책에 매일 고심하고 있다는 답변을 덧붙였다.
다른 한인은행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이 직원들을 빼내가려고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가주 한인 상장은행의 한 간부는 한인 은행의 직원 빼가기 문화에 대해 “한인 론 오피서들은 언어적 제한이 없는 것은 물론 한인 직장 분위기에 맞추는 문화적응의 필요성도 없고 근면성까지 빼어나니 다른 한인은행은 물론 타인종과 미 대형은행에서도 항상 스카웃 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라며 “단기적인 직원 이탈과 유입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핵심인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능력만 입증하면 승진과 임금이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이를 통해 안정적 미래가 보장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줘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예전처럼 ‘우리가 당신을 고용하고 있다’는 수직적인 ‘갑(甲)’의 태도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선택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장기 근무자가 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