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왼쪽 네번째)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이정원(왼쪽 다섯번째)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25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첫 번째 ‘규제혁신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나라가 ‘규제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규제입증책임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상의회관에서 기업·시장 중심의 규제현안 논의와 대안 마련을 위한 첫 번째 규제혁신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지난 25년간 규제개혁으로 입증된 사실은 규제공무원이 현장을 잘 모르고, 강력한 조정자 없이는 미세조정에 그치며, 진짜 중요한 규제는 중장기 검토로 퉁친다는 것”이라며 “현장을 모르고 만든 책상머리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식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민간이 개선대안을 마련해 제안하면 부처가 규제존치 필요성을 입증하고 규제개혁위원회가 최종 조정하는 민간심의형 규제입증책임제를 제안했다.
규제입증책임제는 규제개선 건의에 대해 기업·주민 등 민간이 규제개선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소관 기관이 규제 존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개선하는 제도로, 불필요한 규제를 적극 개선하기 위한 수요자 중심의 규제 개선 방식이다.
원소연 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은 “현실에 맞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규제가 경영활동을 제약하고 기업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의 취지와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 수단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되면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업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낡고, 과도한 규제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시작부터 좌초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기업생존 위협하는 규제유형 및 사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참석자들은 기업현장의 규재애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대응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역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혁신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검토 단계에서 진척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신속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상의 관계자는 “상의뿐 아니라 협단체별로 킬러규제 개선과제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필요하면 공동명의로 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광영 한국철강협회 전무,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등 주요 협단체 임원이 참석했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규제를 ‘손톱밑 가시’가 아니라 ‘목에 들이댄 칼날’처럼 느끼고 있다. 규제후진국이라는 오명도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면서 “기업현장 중심 접근과 신속한 개선, 도입취지를 살린 규제입증책임제 정착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앞으로도 입지, 환경, 신산업 등 주요 분야별 규제현안과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포럼을 열어 기업과 시장의 시각에서 기업현장의 규제애로와 대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