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제패 신진서 “이제 아시안게임 2관왕 조준”

응씨배 우승을 차지한 신진서(왼쪽)가 목진석 대표팀 감독과 우승컵을 들고 있다.[한국기원 제공]
신진서가 응씨배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5번째 메이저 세계타이틀을 따냈다.[한국기원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진 선임기자] 신진서 9단이 2년 반이나 미뤄져서 열린 ‘바둑올림픽’ 응씨배 정상에 올랐다. 개인통산 5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다. 이제 신진서의 다음 목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옮겨졌다.

신진서는 23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 쑨커별장서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2국에서 백을 잡고 셰커 9단을 226수 만에 불계로 꺾어 종합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신진서의 완승국이었다. 셰커는 선실리 후타개 작전을 들고 나왔지만 작전 실패로 신진서의 압박에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이후 판을 흔들어 갔지만 신진서의 침착한 마무리에 결국 돌을 거뒀다.

신진서로서는 최근 세계대회에서 잇달아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받아들어 아쉬웠던 상황을 만회하는 기분좋은 우승이었다.

지난 6월 란커배 결승 3번기에서 중국 구쯔하오 9단에게 1-2로 역전패해 우승컵을 내줬고, 몽백합배에서도 16강에서 탈락하는 등 올해들어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렸다.

시상식은 대국 직후 대회장 인근 콜롬비아서클 해군클럽홀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신진서 9단에게는 단일 대회 최고 상금인 40만 달러(약 5억 3600만 원)와 우승트로피가 주어졌다. 준우승한 셰커 9단에게는 준우승상금 10만 달러(약 1억 3400만 원)와 준우승 트로피가 수여됐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긴장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부담을 느꼈는지 대국 전 잠을 잘 못잤다. 중국에 심범섭 단장님, 목진석 감독님, 한종진 사범님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힘이 많이 났다. 란커배 패배 이후에도 믿어주고 응원해주신 바둑 팬분들께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21년 1월 신진서와 셰커의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코로나로 인해 무려 2년 7개월간 대국 일정이 결정되지 않는 등 진통을 겪었다. 준결승까지는 온라인으로 치러졌지만 결승전은 대면 대국으로 치르겠다는 대회 주최측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신진서 9단의 우승으로 2회 대회 연속(7·8회) 중국에 넘겨줬던 우승컵을 2009년 이후 14년 만에 되찾아왔다. 그동안 응씨배에서는 초대 우승자 조훈현 9단을 비롯한 서봉수·유창혁·이창호·최철한 9단 등 한국이 5회, 창하오·판팅위·탕웨이싱 9단 등 중국이 3회 우승을 기록했다.

신진서는 자신의 5번째 세계대회 우승이라는 기쁨도 잠시 접어두고 한달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 제패를 위해 다시 바둑판앞에 앉는다.

신진서는 “큰 짐을 덜었으니 이제 아시안게임을 위해 좀 더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남은 한 달 동안 속기를 많이 단련해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시안게임 경기는 전부 이기겠다는 각오이며,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2개를 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서는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개인과 단체전 등 2관왕에 도전한다.

한편 바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치러졌다가 이번에 13년 만에 다시 채택됐다. 당시 중국이 안방에서 금메달 석권을 자신했다가 남녀단체전과 혼성페어 3개의 금메달을 모두 한국에 내줘 자존심을 완전히 구긴 바 있다.

이번에는 남녀단체전은 그대로 열리지만, 혼성페어가 빠지고 남자 개인전이 추가됐다. 남녀 세계 1위인 신진서 9단과 최정 9단이 버틴 한국에 혼성페어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남자 개인전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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