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호프를 제외한 다른 한인은행들은 “구조조정은 없으니 각자 맡은 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며 분위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 행원들 간 서로 안부를 묻는 통화에서도 어느새 주된 관심은 건강이나 취미가 아닌 ‘자리보전’에 맞춰져 있다.
사실 지난 분기 실적표만 들여다봐도 안심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지난 3분기 한인은행들의 순익은 직전분기와 전년동기 대비 각각 15.7%와 34.2%나 감소하며 그야말로 쪼그라들었다.
순익이 소폭 늘어난 은행도 있지만 대부분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자산도 직전분기 대비 줄면서 무수익성 자산의 비율이 커졌고 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 예금의 경우 소폭 증가했지만 무이자 예금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효율성과 자기자본수익률(ROA), 자산대비 수익률(ROE)도 그리고 순이자마진(NIM)과 같은 주요 수익성 수치도 나란히 후퇴했다.
지출을 줄여 수익을 개선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다름 아닌 구조조정이란 것을 고려할 때 이른바 여섯자리 숫자 단위(식스 피겨·10만달러 이상 연봉)를 받는 직원들이야 말로 가장 만만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한인 뱅커인 C씨는 “그래도 예전에는 연말이면 임금 인상에 보너스, 선물, 그리고 송년 파티에 들뜨기도 했지만 이젠 내년에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만 든다”라며 “지금과 같은 경기상황에서는 성과도 없으니 보너스는 언강생심이고, 자리를 지킨다 해도 행여나 다른 부서로 전출되거나 타 지역으로 옮겨지면 눈치가 보여서 버틸 수나 있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자리에 대한 불안함은 중간 간부 이상급 직원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텔러를 포함한 일반 행원들은 더욱 불안하다. 가장 손 쉽게 충원이 가능할 자리일 뿐 아니라 지점 축소 추세라는 핑계도 대기 쉽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밀집 지역에 위치한 한인은행의 지점에서 근무 중인 한 텔러는 “머지 않은 곳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오는 2025년까지 최저 임금이 25달러까지 오른다며 좋아하는데 이는 완전히 다른 세상 얘기”라며 “요즘 분위기로는 자리를 잃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경기 침체가 피부로 느껴지는데 임금 인상 이야기는 농담이라도 꺼내기 어렵다. 자리를 지키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월급이 오른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들 대학 갈 때까지라도 보탬이 되려면 이 자리가 꼭 필요하니 잘 버틸 결심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