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공지능이 덜어준 인사관리 부담

세상 어느 곳이나 자리가 높아질 수록 그 책임감은 커지게 마련이다.

어느덧 입사 후 수십 년이 지나 이제는 최고 간부 중 한 명이 된 한인 K씨. 워크홀릭으로 불리는 K씨이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직원의 업무 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직장에서 보여지는 K씨의 굳은 얼굴은 여린 마음을 감추기 위한 가면일 뿐 그가 매일 겪는 스트레스는 아내조차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K씨에게 해당 직원의 자리를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업무 평가서를 쓰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혹시라도 글 한마디에 누군가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그 원망이 누구한테 돌아올지 뻔한 탓이다.

고심을 거듭하던 K씨는 결국 AI(인공지능)에게 부담을 넘기기로 했다. 마지막 책임이야 결국 자신이 지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투명성이라도 확보해 마음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 K씨와 같이 인공지능을 통해 업무평가를 하는 간부들이 늘고 있다.

AI의 정보 분석력과 객관성을 통해 업무 평가를 하고 이 결과에 따라 인사(승진)및 부서 이동 등을 결정하게 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AI의 업무 평가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밝힌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수개월간 직원의 업무처리 속도와 실적, 그리고 인사평가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AI에게 학습시킨 후 이에 대한 결과를 인용, 평가서를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경영진이 승진과 부서 이동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인사 담당자는 “AI의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승진과 부서 이동의 이유를 정확하게 제시했다. 특히 연령층이 어릴 수록 AI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해당 결정을 ‘합리적’ 또는 ‘납득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라며 “지난 2016년 AI의 실용성을 입증한 바둑 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때만 해도 특정 결과가 도출된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누가 봐도 객관적이라도 인정할 만큼 그 입증 과정이 발달됐다”라고 설명했다.

예전 같으면 인사에 대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상사의 사심이 들어갔는지에 대해 감정적 소모가 극심했고 이에 대한 후폭풍(고소 등)도 많았는데 이제는 이 부분이 크게 줄었다고 알려진다. 경영진들도 AI의 업무 평가 결과에 큰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의 한 핵심 간부는 “AI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대다수의 직원들이 이 피드백을 자신들의 노하우로 삼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타 직원들의 일처리 방식과 주변 평가 등을 바로 알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도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를 통한 업무 평가가 완전하게 적용되려면 데이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은 이를 위해 지난 10년 이상의 데이타를 입력해 활용 가능한 형태의 기준점을 만들었다.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미래를 생각할 때 이는 꼭 필요하며 비용 절감을 위해 유사 기업간 데이타와 비용을 공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한승

최한승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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