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장으로…”… ‘불황의 시대’ 유통업계 생존 전략은 ‘공간의 혁신’

더현대 서울 H빌리지. [현대백화점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혹독한 시기가 예고된 갑진년(甲辰年) 새해, 유통업계는 ‘닫혀버린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시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기존 매장을 미래형으로 재단장하는 한편, 체험형 콘텐츠와 같은 차별화 한 콘텐츠를 채워넣고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등 상품력을 키우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더라도 경험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는 여전하기에 오프라인 매장의 ‘공간적 매력’을 어필해 불황의 파고를 넘겠다는 심산이다.

백화점 3사, 매장 리뉴얼로 고객 몰이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새해부터 매장 리뉴얼을 통해 공간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선다. 불황일수록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이 있어야 지금은 물론 호황의 시기도 대비할 수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하반기께 잠실점을 새로 단장할 계획이다. 올해 잠실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와 팝업을 대거 유치한 만큼 내년에는 잠실점에도 힘을 줘 백화점-에비뉴엘-월드몰로 이어지는 초대형 복합 쇼핑타운으로 키우겠다는 게 롯데 측 구상이다.

이와 함께 수원점 역시 2014년 개장 이후 10여 년 만에 매장 재단장에 나서 오는 4월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롯데는 최근 정준호 대표 직속으로 ‘중소형점 활성화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지방 중소형 점포에도 특성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채워 넣기 위해서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에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판단해 백화점을 찾아 실제 지갑을 열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연합]

신세계는 올해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강남점에 더 공을 들인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한편, 옛 면세점 공간에 와인 전문관과 프리미엄 푸드홀을 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강남점 식품관은 국내 최대 규모인 6000여평으로 확대된다. 또 내년에 탄생 50주년을 맞는 헬로키티 팝업을 단독으로 개최한다.

광주 신세계는 종합버스터미널 부지를 확보해 미래형 백화점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신세계의 구상대로 라면 광주 매장은 쇼핑,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 더현대 서울 등 핵심 매장을 중심으로 리뉴얼을 지속해 공간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더현대 서울로 리테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는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 트렌드를 선도할 방침이다.

특히 판교점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한 상권 특성을 고려해 명품 강화 등 점포별 맞춤 전략을 추진하고 고객이 공간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아트 마케팅에도 힘을 준다. 광주 지역에는 관광, 문화, 예술, 여가, 쇼핑을 융합한 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고객들의 활용이 뜸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전자지갑 서비스를 종료하고 식품 전문 온라인몰 투홈의 할인 혜택을 축소하는 등 마케팅 효율화도 병행한다.

대형마트 ‘식품’에서 답을 찾다

대형마트는 상품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식품에서 불황을 타개할 답을 찾고 있다. 고객이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는 고품질의 신선식품과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식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마트는 30년간 유통업계에서 쌓은 네트워크 강점을 활용해 반값 한우나 반값 킹크랩 등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데 주력한다. 고객 관점에서 상품 혁신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고물가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가성비 높은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은 고객이 매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미래형 매장으로 리뉴얼해 나간다. 또 맛집의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 눈과 입이 즐거운 쇼핑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는 또 외형 성장의 동력인 신규 출점도 재개한다. 이마트는 2021년 이후 신규 매장을 내지 않았지만, 새해에 최소 5개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 신규 출점하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에는 강동에 신규 매장 개점도 예고했다.

롯데마트 그랜드 그로서리.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가성비 상품 구색을 강화한다. 올해 도입한 ‘신선을 새롭게’ 프로젝트를 내년에도 이어가 1만∼2만원대 와인과 반값 치킨 등 고객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가성비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또 슈퍼와 통합 소싱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잡는다. 이와 함께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특화매장 ‘그랑 그로서리’와 미래형 점포 ‘제타플렉스’ 등을 주축으로 매장 리뉴얼에도 힘을 주기로 했다.

면세점 “개별 소규모 관광객 집중 공략”

면세업계는 최근 바뀐 관광 트렌드에 따라 대규모 관광객 보다 소규모 개별 관광객들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다양한 국가에서 온 소규모 개별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만큼 큰 폭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해외 관관객 중 MZ(밀레니얼+Z)세대가 늘면서 정해진 코스 대신 ‘핫플’을 찾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등 소비패턴도 바뀌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런 트렌드를 고려해 쇼핑과 관광, 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면세업계 첫 쇼룸 ‘엘디에프 하우스’(LDF HOUSE)를 조성했다.

김포국제공항 DF2구역 신라면세점 전경 [신라면세점 제공]

이와 함께 다양한 캐릭터 팝업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내국인 고객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 개편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롯데면세점은 싱가포르, 베트남, 호주, 일본 등 해외사업 안정화 작업도 지속할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개별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K패션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홍콩 캐세이그룹과 손잡고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등에 체험형 팝업 매장을 확대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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