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도시 케르만의 사헤브 알 자만 모스크 인근에서 이란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시민들이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석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하마스 서열 3위인 살레흐 알 아루리가 이스라엘 드론 폭격으로 사망한 데 이어 이란 내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은 자국이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며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피의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주의 주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무덤에서 추모식이 진행되던 중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이란은 이날 폭발 사고를 외부 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했다. 사고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악한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 반드시 강경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이란 사법부장은 “솔레이마니 장군에 원한을 품은, 세계의 ‘오만한 세력’의 지원을 받는 테러 분자들이 우리나라를 불안케 하려는 다양한 음모가 좌절당하자 이란 국민에 대한 복수를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범인들과 공모자를 신속히 추적해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언론과 지도부가 언급하는 ‘오만한 세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 지난 2일(현지시간) 하마스 정치국 이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 [AFP] |
공교롭게도 하루 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위치한 하마스 사무실에선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이는 드론 공습으로 알아루리 부국장을 비롯한 하마스 관계자 6명이 사망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3일 TV연설에서 “우리가 침묵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적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가 사망하면서 한차례 확전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하마스 지도자 드론 공격에 대해선 침묵하던 미국 정부는 이란 폭발사고와 관련해선 자국은 물론 이스라엘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 폭발과 관련이 있다는 어떤 추정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나 정보도 없다”며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이란 폭발 등으로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뉴욕 유가는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32달러(3.30%) 오른 배럴당 72.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날 하루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