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의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으로 생성한 푸드 리스트 화면(왼쪽)과 LG전자의 만능 가사도우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삼성전자·LG전자 제공] |
“스마트폰하는 세상이 온 것처럼 이제 AI하는 세상이 급속도로 펼쳐진다”
오는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IT전시회 ‘CES 2024’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생활 반경 중심에 들어오는 모습을 대거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눈 앞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이른바 ‘탠저블(Tangible) AI’의 빅뱅이 펼쳐지는 것이다. 기존에 AI가 뒷단에서 인간의 기술 사용을 지원했다면, 앞으로 인간이 AI를 더욱 적극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세상이 열리는 셈이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3500개 이상의 기업이 CES 2024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을 비롯해 PC, 자동차, 유통, 뷰티 등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선두에 선 글로벌 기업들은 이번 CES 2024에서 AI가 바꿔놓을 일상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울러 AI 서비스 구현의 핵심 플레이어인 반도체 기업들까지 대거 참가를 예고해 ‘AI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이라는 주제 하에 AI 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AI 로봇 청소기, AI 냉장고 등의 첫 공개를 예고한 가운데 AI를 활용한 삼성 가전의 초연결 전략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냉장고-인덕션-소프트웨어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AI 기반 ‘푸드 생태계(Food Ecosystem)’를 구축해 주방에서의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LG 역시 고도화된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는 고도화된 로봇 및 AI 기술을 탑재한 만능 가사도우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와 AI 기반 프로세서를 적용한 2024년형 QNED TV 공개를 예고했다. LG이노텍도 급성장한 AI 시장에서 대용량 데이터 분석 처리에 필요한 고부가 반도체용 기판 제품과 AI 기반 무인 자동화 생산시설인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를 함께 선보인다.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퀄컴은 예고 영상을 통해 ‘온디바이스AI’의 사례로 차세대 랩톱을 소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소비자가 직접 쓰는 기기에서 구현되는 AI가 어떻게 일상을 바꿀지 보여줄 계획이다. [유튜브 ‘CES’] |
올해 챗GPT 등 생성형 AI 확대로 ‘AI 반도체 붐’이 일었던 반도체 업계도 CES 2024에서 다양한 AI 관련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온디바이스 AI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온디바이스 AI란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9일 ‘모든 곳의 AI(AI Everywhere)’라는 주제로 키노트를 갖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AI 기능을 활성화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지 소개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번 CES를 앞두고 AI 가속기를 내장한 메인스트림 데이터 센터 프로세서인 ‘5세대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공개한 바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강자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10일 ‘온디바이스 AI’를 주제로 발표한다. 스마트폰, 노트북, 자율주행차 등 소비자가 직접 쓰는 기기에서 구현되는 AI가 어떻게 우리 일상을 바꿀지 보여줄 계획이다.
AI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무려 14번의 라이브 세션(기술 강연)을 예고해 시장 공략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생성형 AI와 전기차·자율주행차를 결합하는 방안에 대한 세션을 3일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 특화 AI 반도체’도 공개할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대중 제재 수위가 고조된 가운데 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AI 학습·추론(실행)에 필요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AI 열풍을 주도한 빅테크 기업들이 이번 CES 2024에서 선보일 콘텐츠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와 오픈 AI의 챗GPT를 활용한 ‘차량용 AI 비서’를 공개할 예정이며 아마존은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에 적용되는 AI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최근 수요 감소로 침체기를 겪었던 PC 업체들도 AI 기술을 탑재한 노트북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미 CES를 앞두고 새로운 AI 노트북을 공개한 레노버를 비롯해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 등이 AI 기반의 신제품을 앞세워 PC 시장의 미래를 보여줄 계획이다.
그동안 정보기술(IT)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 기업들의 등장도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이번 CES 2024에서 나란히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들 기업 모두 AI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CEO는 8일 무대에 올라 ‘지속 가능한 뷰티 테크’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기조연설을 앞두고 공개된 영상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눈썹 모양과 색상을 택한 후 직접 그리는 가정용 디지털 눈썹 프린팅 기기가 소개됐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9일 AI 기술을 바탕으로 유통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최신 사례를 전할 계획이다.
김현일·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