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무게 대비 34배 큰 힘을 내는 인공근육을 개발한 오일권(맨 왼쪽)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 [KAIST 제공]

소프트 로봇, 의료기기 등에 적용하면 기존 무게 대비 34배 이상 무서운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공근육 소자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카이스트)는 오일권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초저전력에서 작동하며 협소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근육을 이용한 소프트 유체 스위치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유체 스위치는 특정 방향으로 유체가 흐르도록 해 다양한 움직임을 유발하는 장치를 말한다.

인공근육은 인간의 근육을 모방한 것으로 기존 모터에 비해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공해 소프트 로봇, 의료기기, 웨어러블 장치 등에 사용된다. 이 같은 인공근육은 전기, 공기 압력, 온도 변화와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인공근육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움직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존 모터를 기반으로 한 스위치는 딱딱하고 큰 부피로 인해 제한된 공간 내에서 사용하는 데 어려웠다. 연구팀은 좁은 관 속에서도 큰 힘을 내며 유체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이온성 고분자 인공근육을 개발, 이를 소프트 유체 스위치로 활용했다.

초저전압에서 연성 유체 스위치를 활용해 유체 방울을 분리하는 모습 [KA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이온성 고분자 인공근육은 금속 전극과 이온성 고분자로 구성돼 있으며, 전기에 반응하여 힘과 움직임을 발생시킨다. 초저전력에서 구동하면서 무게 대비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인공근육 전극의 표면에 유기 분자가 결합해 만든 다공성의 공유결합성 유기 골격구조체를 활용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정도의 얇은 180㎛(마이크로미터)의 두께로 제작된 인공근육은 가벼운 무게(10㎎) 대비 34배 이상의 큰 힘을 내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낮은 전력으로 유체 흐름 방향을 정교하게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오일권 교수는 “초저전력으로 작동하는 전기화학적 연성 유체 스위치는 유체 제어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 로봇·소프트 일렉트로닉스·미세유체공학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술은 로봇, 의수, 의족 등 생체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의 초소형 전자 시스템에 쉽게 적용해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해 12월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